에세이, 회고록 독후감~

사랑을 생각하다. (파트리크 쥐스킨트)
간만에 쥐스킨트의 책. 소설이 아니라 사랑에 관한 에세이였다.
쥐스킨트가 사랑을 얘기? 읽기 전에 걱정되긴 했지만 그래도 사랑은 없다한 쇼펜하우어보다는 덜 시니컬해서 다행.
토마스 만의 <베니스의 죽음> 실제 이야기가 나왔다.
안그래도 얼마전에 인터넷에서 토마스 만의 그 단편이 실제 모델이 있었다고 보았는데,
이 에세이를 읽다가 공교롭게도 그 이야기가 나와서 신기했다. 
그 가십 자체보다는 토마스만의 사랑에 빠진 심리에 더 촛점이 맞춰져 있긴 했지만.
그리고 마지막 부분의 오르페우스와 예수를 비교하는 대목도 재밌었다.
특히 오르페우스가 뒤돌아본 이유가 흔히 이야기되는 '에우리디케 발목은 괜찮은지 보려고..' 가 아닌,
'에우리디케가 지금 내 노래는 듣고 있는거야?' 라는 이유로 설명되는 것이 참 웃겼다.
전반적으로 그냥저냥 읽기 편했다.

에곤쉴레를 회상하며 (아투어 뢰슬러)
미술 평론가 아투어 뢰슬러가 가까이서 지켜 보았던 에곤 쉴레를 회상하며 에피소드를 모아서 쓴 형식이었다. 
그의 생애 전반을 이야기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 에피소드들 자체가 꽤나 에곤쉴레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책의 저자인 아투어 뢰슬러에게도 참 고마웠다. (현재 에곤쉴레의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는 독자로써~)
친구로써 에곤쉴레를 가까이서 지켜 주었다. 간혹 쉴레의 깊은 얘기도 들어주고, 금전적인 지원도 꽤 한듯.

에곤쉴레의 진지하고도 순도 높은 예술혼과 자기 작품 세계에 대한 자부심, 그렇게 살다간 깡이 부러웠다.
그의 마지막 순간도 감동적이었다. 그의 아내를 죽기 직전까지 간호하다가 독감이 옮아 아내가 죽은지 3일 만에 그도 사망했다.
아내가 죽은 직후 쉴레가 오열하는 모습이 묘사되었는데 뢰슬러의 글 재주도 참 대단하다. 너무도 슬퍼하는게 꽉 느껴져서.
게다가 그렇게 깊은 속내와 크나큰 사랑을 가진 사람이 고작 스물 일곱의 나이였다니 그것또한 놀라운 사실임.

에곤쉴레에 대해서는 한번 더 다른 책을 읽어야 겠다. 좀더 알고 싶다. 그림들의 의미에 대해서도 더 깊이. 
쉴레 그림을 좋아하면 변태? 라는 물음에 '원빈도 에곤쉴레 좋아하는데?' 라는 식의 바보같은 대답은 하고 싶지 않다.

그의 그림들은 선이 살아있으며, 기묘하고도 기괴하지만 왠지 모르게 아름다운  느낌이다. 뭔가 으르르~ 거리는 느낌?
그의 부인 에디트 만큼은 다른 그림들과는 다르게 미화하려는 노력이 있었다고 한다. (아래 2개 그림이 에디트쉴레)
매우 낭만적이기까지 하네..

 

요즘 책 좀 읽었어라~

1. 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1948)

주인공은 요조라는 한 남자, 이 남자의 각기 다른 시기에 찍힌 3개의 사진을 묘사하는 첫 대목에서부터 놀랐다.
그 묘사가 너무도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고, 또한 상당히 해학적이었다. 읽다가 나도 모르게 킥킥거릴 정도..
이 해학적인점을 주목해야하는디, 이 요조라는 남자 또한 자신의 음산함을 '익살'로 포장하며 살아갔다는 것과 상통한다.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인 소설이라는데, 이야기 자체보다 만약 요조라는 남자의 심리가 작가의 그것과 일치한다면,
정말 참으로 이렇게도 어둡고도 냉소적이며, 또한 나르시즘적인 내면을 가지고 어떻게 온 정신으로 세상을 살아갔을까도 싶다.
아니면 다른 사람이 본대로 요조는 사실은 정말 순수했다고 봐야할까? 정말 선한 사람이었나.. 정의 내리기가 참 복잡한 문제다.
애착과 애정이라곤 없고 (사랑과 행복이란 단어를, 말꺼내기 조차 저어함) 인간에 대한 큰 불신이 있는 그를 '인간적'이라고 할순 없다.

다자이 오사무는 평생 5번 자살 시도 끝에 5번째 자살로 사망한 작가.
평생 그렇게 자살이 따라다닐 만큼 인간 세상이 그렇게 싫었을까. 아니면 자기 자신이 싫었을까.
요조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시작은 '부끄러움 많은 인생을 보냈습니다' 였다.

2.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1998)

슬로베니아 처자, 베로니카가 약먹고 죽기로 결심하고 정말 약도 먹는다.
그런데 죽지는 못하고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랴나에 있는 빌레트란 정신병원에 갇히게 되고.. 그 후 이야기이다.
왜 이 책도 '자살'과 정신병원을 다루고 있는 것인지 원, 일부러 이렇게 고른건 아닌데 말이다.
파울로 코엘료도 작가가 되기 전 정신병원에 감금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에게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고.
참, 다자이 오사무도 약 중독으로 인해 정신 병원에 있었고, 다자이 오사무에게도 그것이 큰 충격이었단다.

베로니카는 매우 무기력하고 절망적인 여자였다. 음,, 딱히 절망이라기 보다는 미래에 대한 기대나 희망이 없는 상태.
그런 그녀가 빌레트에서 어떻게 변화하게 되는지가 그려지는데, 조금은 억지스럽지만 그런대로 재미있었다.
평생 자살이 너무 하고 싶어, 웃으면서 죽어갔던 여자 아이의 이야기인 어느 프랑스 단편도 생각났다. 책 제목 찾아봐야지..!
 
3. 그로칼랭 (에밀아자르(aka로맹가리), 1974)

아~~ 그로칼랭. 역시 로맹 가리는 독하다. 으으..
처음에 책을 읽을 때는 번역자를 마구 욕했다. 아..무슨말을 하는거야, 의미 전달이 하나도 안돼! 번역을 이따구로 해놔! 하면서. 
그런데 읽다보니 그게 아니었다. 1인칭 화자인 쿠쟁씨가 소통장애가 있으신 분이었다.
쿠쟁씨가 들으면 화내겠지만, 감히 내가 그냥 '소통장애'라고 규정해 버렸다. 즉, 자기만의 언어로만 이야기하는 그런 분.
쿠쟁이 직접 그런 늬앙스로 언급한 부분도 있었다. '어디에서도 없었던 표현을 써야 할 것 같다'
아휴 그렇다고 그렇게 이상한 말들을 계속 내뱉으면 읽는 나는 너무 힘들다구!

홀로 집에서 자기 팔로 자신을 막 껴안기도 하면서,, 다른 사람과 얘기할 때는 어이없게 말이 꼬이기도 하고.
아 그런 쿠쟁씨가 측은하게 느껴지고도, 우습기도 했다.
완전 쓴 웃음 주는 블랙 코메디같다가도 갑자기 환타지같은 전환도 당황스럽다. 
그로칼랭은 쿠쟁이 기르는 비단뱀의 이름인데 '열렬한 포옹'이란 뜻의 프랑스어이다.
쿠쟁의 몸을 감는 비단뱀의 느낌이 꼭 열렬하게 포옹해 주는 느낌이라서라나? 아흐, 한마디로 -_-;;
첫 출판 당시에는 삭제되었던 <그로칼랭의 '생태학적' 결말>을 따로 (뭐 말하자면 director's cut) 실어 주어서 참 좋았다.
기억에 남는 좋았던 대목 한 구절
나는 어둠 속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항상 그렇지만, 마지막 몇분은 끝까지 버텨야 하기 때문이다. 
(쿠쟁은 드레퓌스를 찾아 다니다 포기한 마지막 순간, 벌써 애착을 가져버린 시들어가는 제비 꽃을 들고 있다)
로맹가리의 책이 으레 그렇 듯, 마지막 부분에서 무언가 마구 밀려드는 느낌이 있었다. 고아원과 개 이야기에서 갑자기 슬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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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들을 연달아 읽다보니 내용과 주인공들이 조금씩 비슷한 면이 있었다. 내가 느낀 그들을 정리하자면,
냉소적이고 음산함의 끝을 달리며 자신을 철저히 가장하는 요조, 무기력과 절망의 늪에 빠진 베로니카,
많이 외롭고, 그래서 더욱 소통에 문제가 있고, 어떻게 보면 기묘하다가도 어느 순간은 찌질하기까지 한 쿠쟁,
서로가 서로를 좀 닮기도 하고 – 기묘하고 찌질한 요조, 냉소적인 베로니카, 무기력한 쿠쟁이라 한다해도 무방 –
영혼은 고매하고 명징하나, 그런 점 때문에 타인과의 소통을 이 쪽에서 먼저 차단해 버리는 자폐기도 있고. 

근데 어디 명랑하고 유쾌한 내용을 담은 책 없나,, 책들이 왜 다 좀 그래.. 힝.
<신부님 우리 신부님> 시리즈를 읽어야 겠다. 이젠 명랑하고 유쾌하고 따뜻한 이야기들이 필요해~

<에곤쉴레를 회상하며>도 독후감을 쓰려 했으나, 너무 길어진 나머지 다음 기회루다.
참고로, 위 세 책보다 그 에곤쉴레 평전이 더 많은 감동을 주었다고나.

 

또 올해가 지나가길 바란다.

정말로 좋아지고 싶다. 모든 것들이.

작년 이 맘 때에도 '올해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근데 지금 난 또 맘 속으로 간절히 빌고 있다. 올해가 얼른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작년보다 나아진것도 없고, 어떤 상황은 훨씬 나빠졌다. 

결국에는 그 많은 문제는 나로부터 발생한다는 것.
평정심을 갖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책도 지금보다 더 다양하게 많이 읽고 싶고,,
정신수양이 참 잘 되어있는 상태가 됬으면 좋겠어. 

아, 근데 조금은 외롭다랄까.
그렇다고 지금 당장 누굴 만나 깊이없고 가벼운 연애같은 것 하고 싶지도 않다. 내 상황이 좀.
상황은 좋지 않지만 오히려 많은 것에서의 '유예'의 시간이 나에게 주어진것 같다.
여러 방향으로 내 자신을 정리하는 (말과 글로만 그런게 아닌 진정한 의미로..) 시간이 될것 같다.

읽어 보고 싶은 책 목록

읽어 보고 싶은 책 목록>>
천년의 그림여행 (스테파노 추피)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금각사 (미시마 유키오)

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알레프 (파울로 코엘료)
대성당 (레이먼드 카버)
진보집권플랜 (조국, 오연호)
진중권 책 (미학오디세이/미디어아트/아이콘)
로맹 가리 책 (그로칼랭/하늘의뿌리/새벽의약속/마지막숨결)
백년동안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셸 푸르스트)

읽어 보고 싶은 책이 겁나 쌓여있다!
우선 집에 있는 것 부터 다 읽고, 11월부터나 조금씩 사야겠다.

중간까지 읽은 책>>
에곤쉴레를 회상하며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이기적 유전자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가지 즐거움
프랑스 문학 단편집

처음부터 읽을 책 >>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
위대한 협상
모바일 디자인 전략
아웃사이더
아서클라크 단편집
마음 편하게 살아라

읽을만한 책좀 검색하다가,,
진지하게 프랑스 문학을 읽어볼까 싶어서 공쿠르상을 검색하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란 책이 나왔다.
이 책은 제목만 들어 봤는데 검색 결과에 러브레터 영화 이미지가 잔뜩 나와서 자세히 보니,,
러브레터에서 주인공들 매개체가 되는 책이 이책이었다고 하네.

재밌는 건 지금 읽고있는 에곤쉴레 책의 표지 그림(쉴레의 자화상)이 책 표지로 인기가 많았네.
인간실격은 부산에서 본 영화때문에 알게된 책이고. 

여튼 진득하게 책 좀 제대로 읽고 싶다. 너무 놀고만 있어. 흑.
당분간 영화는 그만 봐야겠다. 영화만 계속 보는 것은 너무 게으른 행동같다.

 


 

오직 그대만


오직 그대만 (2011, 송일곤)

참나, 이 영화를 어떻게 객관적으로 얘기를 할 수 있겠나. 
소지섭의 첫 멜로 영화인데! (드라마는 많았어도,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에 주연을 맡은 건 처음이올시다.)

감독 얘기를 해보자면,,
송일곤 감독의 영화 중, 단편 두편을 보았었다. 기억에 '소풍'하고 '간과감자'
90년대에 만든 단편 영화들, 그것도 매우 무겁고 사회적이고 철학적인 주제였다.
두 영화 모두 참 좋게 보았고 기억에 많이 남는 영화들이다. 감독이 참 남다른 감성이라고 생각이 들었었다.
당시에 '이방인' 만든 문승욱 감독하고 이 감독하고 둘이 폴란드 영화 학교 출신 이력으로 좀 독특했다.

그 이후 장편 영화를 몇 편 만드신 것 같은데, 하나도 못봤다.
그래서 내가 개인적으로 느끼는 간극이 더 큰 듯하다.
작가주의 성향이 물씬 풍겼던 단편 영화들에서 10년도 훌쩍 뛰어넘어 장편 상업 멜로영화로.

송일곤 감독과 소지섭,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영화 소개 페이지에 나왔던 저 장면.
이런 저런 조합으로 난 왠지 처절하고 치열해서 보기 힘들어 죽을것 같은 이야기로 예상했는데,
예상외로 달달하고 통속적이고 상투적이고,, 유머도 적절히 섞어주고~ 사실 그래서 보기는 편했다. 
게다가 소지섭과 이쁜 한효주니까. 화면이 뭐 그냥.. 화보? 
(아참, 한효주의 연기가 조금 아쉬운.. 살짝 작위적인 느낌. 김하늘이 왜 대종상감인지 실감하기도~)

감독이 작가주의는 좀 내려 놓으신듯.
그래도 감독의 이름을 치켜세우고 싶어하는 (화면이 어쩐다, 편집이 어쩐다,,) 영화평들이 있던데,
내 보기엔 그냥 평범한 멜로 영화였던 것 같은뎅~

정말 클래식한 정통 멜로와 사랑의 감성이 그립다면, 추천이다. 이 가을과도 무척 어울리는 영화고!
소지섭이 무대인사에서 홍보좀 많이 해달랬다. 아,, 역시 객관적일 수가 없네. 어쩔 수 없는 나의 팬심 ㅋㅋ

PS. 흠, 팬은 팬인데 사실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소지섭의 배우로써의 연기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말하는 톤과 표정이 좀 그런 듯.. 정말 다양한 캐릭터 소화가 가능한 박해일하고 비교해보면 더.. ㅠㅠ
 

 

 


 

부산영화제 관람 영화 2 (10/10)

스포일러 많음!!  

4. 마이 백 페이지 (야마시타 노부히로, 일본) – 10/10 12:30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나에게 개인적으로 부산영화제 + 츠마부키 사토시는 "좋은 영화"란 공식이 생길 듯 하다. 작년에 봤던 <악인>도 참 괜찮았지만 이번 부산영화제 관람 영화 중에 이 영화가 제일 나았다.


이름이 마츠야마 켄이치인 다른 배우도 유명한 애라고 하네. 이 배우의 연기도 굿임.

보면서 온갖 생각들이 막 들어서,, 스쳐지나갔던 생각들을 정리 좀 해보아야 겠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을 많이 하게 해주어서 좋은 영화였다고 하고 싶다. 매력적인 내러티브라 길었지만 지루하지는 않았다.

# 사와다
캐릭터의 극적인 변화가 있지는 않았지만, 관객인 내가 그를 보는 시선은 변화가 있었다. 영화 초반부에 용기를 내서 학생운동 선봉장을 도망치게 만드는 그를 보고 '아,, 기자라 운동의 전면에 나설수는 없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원조를 함으로써 운동을 지지하는 그는 비겁하지 않은 멋진 언론인이구먼!' 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리고 영화를 즐기며, 감수성이 풍부한 그가 참 좋아보였는데,,, 그렇게 인간적인 사람이 자위대의 죽음에 '그들의 봉기'라며 좋아하는 모습에 '그래도 사람이 죽었는데?' 라고 생각이 들면서 약간 실망스러웠다. 또한 그가 진정 원하는 것이 성공적인 투쟁이었는지, 아니면 그만의 특종이었는지,,도 궁금했다. 일석이조로 둘다 였을지도 모르고. 마지막 결과에서는 그에게 동정심이 들었고, 그래도 착한 본성, 양심, 정의감이 있는 캐릭터 였기에 자기의 '실수에 대한 죄값'을 치루려고 하지 않았나 생각도 든다. 어쩌면 영화 리뷰를 쓰며 살아가는 것이 그에게 가장 어울리는 삶이 아니었을까.

# 우에야마
사기꾼인지 허언증인지 아직도 헤깔린다. 특히 우에야마는 먹는 장면이 많이 나왔는데, 그 장면들을 보면서 매우 자기 본위적인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걱우걱 먹으며 낄낄대고 만화책을 보는 장면에서는 사기꾼 같은데, 정말 결의에 차서 칼을 든 모습에서는 진심으로 투사가 되어 운동을 성공시켜 보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그러나 현실이 받쳐주지 않으니 혼자 좌충우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기가 한 말이 현실이 될거라고 단단히 믿고 있는건 아닌지.. 다만 계획이 실현되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닌지, 만약 무기탈취가 제대로 됬다면 어떻게 됬을까? 계획적인 가짜 운동가였다기 보다는 허언증(약간 정신병–;)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싶다.
아참, 처음 우에야마의 등장에서 다른 사람과 논쟁을 벌일 때 밀리니까 갑자기 비논리적인 우격다짐을 해서 희안한 애네..라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 언론
있는 것도 없게 만들고, 없는 것도 있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언론이다. 우에야마가 '나를 진짜로 만들어줘', '신문에 내 이야기가 나면 나는 진짜가 될 수 있어' 라는 대사를 하는데, 우에야마는 언론의 힘을 잘 이해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언론인들에게 접근해 잘 이용해 보려고 했던 것 같다. 언론의 자유나 탄압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오히려 언론의 힘에 대한 이야기 인듯 하다. 

# 폭력의 정당화, 정의
그 전공투의 무력항쟁(?)의 계획을 지켜보면서 진보란 명분으로 폭력을 정당화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으며, 자위대원이 죽는 장면에 할애를 많이 하였는데 그 장면에서는 '아 저사람이 살았으면 하는데..' 라는 생각도 들면서 영화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도 폭력에 대한 거부감이 아니었을까 한다. 정의란 무엇인가.. 그 베스트셀러 읽어봐야 할라나 ㅎㅎ

# 미시마 유키오
이 영화 보기  전날 술 마시면서 미시마 유키오란 작가에 대해서 처음 들어보게 되었다. (같이 술마신 옵이 일본 문학에 조예가 깊으셔서 재미있게 잘 얘기해 주셨음~) 헌데 신기하게도 마침 이 영화에서 미시마 유키오 얘기가 몇 번 나왔다.

 

 

5. 핫핫핫 (베릴 콜츠, 룩셈브루크/벨기에/오스트리아) – 10/10 17:00 센텀 CGV


갑자기 리조트의 사우나 혼탕에서 일하게 된 페르디난 아저씨의 이야기이다. (아저씨라고 해도 나랑 나이 몇개 차이 안남 ㅋ)
처음에 "외형을 가장 중요시 하는 세계에 살고 있는 작은 물고기, 페르디난.." 라고 해서 뭔가 물고기 이야기인줄 알았다. -_-;

코드 맞추기가 조금 힘들었다. 약간은 나와는 유머 코드가 안 맞는 듯 했음.
심지어 초반에는 마구 졸리기까지… (밥먹은 직후라 그랬다고 생각할래)


그래도 열심히 따라가려고 하다 보니 중반부터는 괜찮았다. 약간의 환타지 적인 요소가 좋았다.
알몸의 사람들을 보기가 부끄러워서인지 갑자기 현실에서 잠수복을 입은 모습이 된 아저씨 라던가,
혼탕에서 맨날 보는 것들 때문인지 맘에 든 여자들을 만나서인지, 여러 이유로 억눌렸던 욕구가 막 분출되기 시작해서 
꿈에서 ** 인형이 되는 페르디난이 참 웃겼음.

혼자 있을 때 조차 옷을 입고 사우나에 들어가는 아저씨를 보면서,, 
'아 저 사람은 무언가 깨고 나와야 하는 사람이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링이 시각장애인 이라는 것을 영화 중반에 알았는데, 링의 진정한 모습을 일부러 중간에 보여준 것인지 궁금했다.
링때문에 틀었던 음악인 중국어로 된 오페라는 좀 듣기 싫었다. ㅠㅠ

정말 핫!한 배우들이 아닌 아저씨, 아줌마의 러브씬에 기분이 왠지 유쾌했음~ 매리앤 아줌마는 귀엽고 아줌마 주제곡도 좋았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에.. 웃기기도 했지만 아저씨에게 너무한거 아니야?! 라는 생각도 한편 들었다. 뭐 행복했음 된거겠지!

GV이야기
친구가 용자가 되서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할만한 것을 물어봄 ㅋ 
혼탕 사우나가 그 문화권에서는 일반적인 것인지, 배우들이 naked한 상태로 나오는데 어떻게 설득 시킨 것인지?
>> 룩셈브루크나 벨기에는 혼탕이 일반적인데 프랑스에서는 혼탕이긴 하나 수영복을 입고 들어간다고 함.
혼탕 사우나가 자연스러운 거라서 배우들이 어렵지 않게 벗었는데, 영화 장비들 때문에 제작진들은 못벗었다고 함 ㅎㅎ

그 전날 GV에서 나온 질문이라는데 꿈에서 인형이 될때 보라색 인형이 되는데,, 일부러 보라색을 선택한 것인지?
>> 여성성과 남성성을 다 가진 색깔인 보라색이 이 남자의 캐릭터와 비슷해서 보라색으로 표현됨

부산영화제 관람 영화 1 (10/7~10/9)

1. 한밤중에 (얀 에몽, 캐나다) – 10/7 21:00 영화의전당 중극장


첫 영화였는데 도입부의 수위가 꽤 높았다. (회사 어린친구하고 봤는데.. 대략 난감 -_-;)
아래 스틸,, 오래된 연인이냐구? 아님.. 영화는 클럽에서 만난 젊은 남녀가 원나잇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그 날 하룻 밤에 있었던 일이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등장 인물도 딱 2명에 대사만 주구장창..

근데 이건 꼭 얼마전 본 '히로시마 내사랑' 같자나! 
원나잇으로 시작한 두 남녀, 대사가 일상적이기 보다 문학적인, 즉 서로의 깊은 내면이나 심리를 토로하는 내용,

여자를 쫓아가는 남자, 갑자기 여자가 울음으로 감정을 터뜨리는 등.. 히로시마 내사랑과 구성이 비스무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루할 법도 하지만, 대사들에 공감이 가서 나에게는 집중력이 있었다. (히로시마와는 다른점 ㅋ 아무래도 동시대라 그런듯)
– 강한 누군가가 나를 이끌어서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있어야 할 곳'에 데려다 주었으면 좋겠다 – 기억에 남는 대사

여주인공은 아름다운 눈이었고, 약간 줄리엣 비노쉬 느낌,, 머리스탈이 예뻤다.
남주인공은 매를 닮았고,,(영화에서 여쥔공이 그렇게 표현함~) 젊은 하비 키이틀 느낌이었음.

2. 최선의 의도 (아드리안 시타루, 루마니아) – 10/8 16:00 센텀 CGV

매우 신경증적인 남자가 주인공이다. 첫 등장에서는 건장한 체격의 일반적인 남성처럼 보이나,,
영화가 진행되면서 '어쩜 저럴 수가 있지, 내가 다 힘들다..' 할 정도로 신경불안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환자 엄마보다 더 상태가 안좋아 보이는 남자 주인공. 막판에는 짜증까지 날 지경..

엄마가 쓰러졌다는 전화를 받는 첫 장면에서 '나도 살면서 언젠가는 저런 일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순간 스쳤었는데, 
영화 마지막이 남자 주인공이 '언젠가는 그런 전화가 올꺼자나' 하면서 전화를 안받는 장면이었다.

남자가 참 연기를 자연스럽게 잘했다. 로카르노 영화제 남우 주연상을 받았다 함.
이 영화의 특이한 점은 촬영 기법이었다. 남자가 상대방을 쳐다보면서 얘기하는데, 카메라가 상대방이 되어 쳐다본다.
컴퓨터 화면에 비친 의사 얼굴..이 나오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GV에 있었다면 물어보고 싶었는데,, 그게 그래픽인지 카메라 각도를 잘 맞춰서 카메라가 안나온 것인지.

영화 보는게 좀 힘들었다. 혹시 정말 엄마에게 무슨 일날까봐 나도 같이 불안해했음. –;
사실 이렇게 관객이 주인공의 심리를 같이 따라가게 만들었다는 것은 영화 참 잘 만들었다는 얘기인데,, 
이 영화 관람의 전체적인 느낌은 짜증이었음 ㅋ

 

3. 도쿄플레이보이클럽 (오쿠다 요스케, 일본) – 10/9 19:00 메가박스 해운대

조용하다가 갑자기 엄청난 폭력성을 가진 사람으로 돌변하는 폭발적인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의 연기가 좋았다. 그런 캐릭터 면에서는 기타노 다케시의 그남자 흉폭하다..가 생각났다.

GV때 감독과 두 남자 배우가 왔는데, 감독이 굉장히 어려보이던데 서칭하다가 20대라고 어떤 블로그서 본듯 함. 영화가 매우 잘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20대에 이 정도로 만들었다는 것은 재능이 있는 듯 하다.

감독이 매우 천진난만했음~ 주인공 남자 배우는 캐릭터처럼 잘 웃지도 않고 차가워 보였다. 친구가 영화속의 외모는 이상형이라고 했다가 실제로 보니 사납게 생겼다고 급 이상형 발언을 취소했음 ㅋㅋ

사실 스토리가 참신하다던가 화면이 좋다던가 하지는 않았지만 재미없지는 않았다. 제목은 기억이 안나지만 예전에 부산영화제에서 본 일본 영화중 하나랑 느낌이 좀 비슷한듯 했다.

그리고, 영화에 나온 다자이 오사무란 작가의 인간 실격, 대단한 작가이고 유명한 책인가 보던데, 함 기회되면 읽어봐야겠다.

오르세 미술관 전 (0929)

오르세 미술관전 (부제로 '고흐의 별밤과 화가들의 꿈')을 다녀왔다.
그것도 연장 전시를 했는데, 전시 마지막날 부랴부랴 갔다.
 
이 전시회의 주인공인 (무려 부제에 떡하니 붙어있자나!) 고흐의 그 그림,
그 그림앞에 사람이 너무너무 많아서 폴짝 뛰면서 보다가
옆으로 가서 보다가 다른데 갔다가 다시 와서 보고,, 난리치며 겨우 감상했지만.
 
사실 고흐 그림이라고 해서 다 좋아하지는 않는다.
고흐 그림 중에서는 아주 어두운 분위기거나, 반대로 색깔을 많이 썼거나 했던 그림들이 좋다.
별밤 그림은 생각보다 그저 그랬다.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에 or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에,
영어 제목은 론강으로 되어있고 불어 제목은 아를로 되어있음) 그래도 머 디폴트로 좋음~
 
가장 좋았던 그림은 아래 밀레의 '봄'이었다. 색깔이 너무 이쁜거지..ㅠㅠ
밀레는 그냥 심심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랬다.
이렇게 예쁜 풍경에, 편안함을 주는 안정된 구도와 신비로운 색감을 쓰시는 분이었단 걸 예전엔 미처 몰랐네..
아래 캡쳐 그림이 그 조화로움을 다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네. 직접 봐야함!
 
 

이밖에도 좋은 그림들이 너무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왜 도록을 안샀을까 ㅠㅠ)
전시된 그림 중에 유일하게 고흐 그림보다 비싸다는 세잔의 카드놀이하는 사람들 연작 그림
전시회 전에 찾아본 정보에서 궁금했던 '꽃을 든 기사' (화가는 이름 처음 들어본 로슈그로스?)

쿠르베씨의 숲속에 사슴인지 노루인지 한마리 있던 그림
아르망 스갱이라는 화가의 어떤 여자의 초상화 (인물은 만화처럼, 배경은 정물화, 풍경화처럼..)
르느와르의 소년과 고양이 (아, 이그림 디게 이뻤음..)
전시회장 나가기 전에 있었던 두 작품 (소녀와 죽음 / 늦가을 이런 제목이었던것 같음)
'춤추는 죽음' 때문에 알게된 화가, 카를로스 슈바베의 에밀졸라 <꿈>의 삽화 관련기사
역시 '춤추는 죽음'에 직접 소개된 그림이었던, 호들러의 병든 아내 그림 이것!

 

근래 본 전시회 중에 좋은 작품들로 가장 충만했던 전시회였다.

그나저나 네이버에서 다른 그림들도 찾아보니,, 아, 오르세 미술관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

마침 내가 갔을 시간에 도슨트 설명이 있어서 따라다니면서 좀 들었는데, 사람에 치여 죽는줄;;
여튼 도슨트 분 수고하셨으요! 재밌게 잘 들었음.

인상적인 그림들 잊어버리기 전에 포스팅 남긴다. 네이버에서라도 감상하시오~

판의 미로 / 내 이름은 칸

판의미로 – 기예르모 델 토로


스페인 내전, 잔혹함, 아슬아슬함, 고야의 그림과 같은 장면과 느낌, 기괴한 판타지,,
시각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마지막에 오필리아가 종착하는 곳의 장면이었다.

아래 장면은 대사가 의미가 있어서 대사에 집중하느라고 자세히 보지 못한 장면인데,
찾아보니 이 장면은 대사 뿐만 아니라 이미지 자체도 함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아름다운 꽃과 크고 무서운 사마귀가 묘한 조화를 이룬다.
 
 

 

내 이름은 칸
 
무지하게 길었던 영화.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봤는데 공교롭게도 9.11 즈음에 보게 되었네.
칸을 연기한 영화배우(샤룩 칸)는 인도의 엄청난 국민배우라고. 관련기사

 

"내 이름은 칸이고, 난 테러리스트가 아니에요" 이 대사에 세뇌당해 버렸다..!!

아주 방어적이긴 하지만 그렇게 방어라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기에.
칸의 어머니가 자식에게 가르침을 주는 장면이 참 기억에 남는다.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종교의 구분이 아닌 '좋은 사람과 좋지 않은 사람' 이라는 것.
너무 단순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교육시키며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종교로, 인종으로, 어떤 태생적인 조건으로 편견을 가지는 것은 또 얼마나 쉬운지!
(난 어릴 때 순진하게도 교회다니는 사람들은 다 착한 줄 알았다. -_-;)

 

그러한 영화의 전반적인 관점이나 시각은 좋았지만, 이야기 풀어가는 방식은 약간 촌스럽고 어색했다는.
인도 영화 특유의 투박함이자 매력일지도 모르지. 근데 후반엔 좀.. 포레스트 검프의 냄새도..?
우쨌든 한번 볼만한 좋은 영화이긴 하다~
 


 

 

모모

모모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 바늘이다.
모모는 방랑자 모모는 외로운 그림자
너무 기뻐서 박수를 치듯이 날개 짓하며
날아가는 니스의 새들을 꿈꾸는 모모는 환상가
그런데 왜 모모 앞에 있는 생은 행복한가
인간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는 것을
모모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 바늘이다.

와, 오늘 택시에서 우연히 들은 노래.
이런 노래가 있었구나. 완전 촌스러운 70년대 노래였는데,
가사에서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 들어본 이야기..
이름 '모모'와 '인간은 사랑없이 살수 없다는..' 이 대목에서 <자기앞의생>이 생각났다.
아마 이 노래는 그걸 모티브로 가사를 썼나부다 (검색해보니 실제로 그런것 같음)

지고한 사랑이란, 두 개의 꿈이 만나 한마음으로 철저히 현실을 벗어나는 것이다. 
종이여자를 읽다가 로맹가리를 인용한 저 문구에 '헉!'했다.
너무 현실적이지가 않아서.. 로맹가리가 저런 거짓말도 했구나.. 해서.
정말로 꿈같은 말.. 철저히 현실을 벗어나고 싶다. 지고한 사랑이든 뭐든!!
하등의 가치도 건질 수 없는 답답한 곳,
살 뺀다고 땀흘려서 뾰루지들이 여기저기 올라와 버린 얼굴,
'내가 지금 당장 답을 드릴 수 없는 것에 대한' 반복되는 레파토리,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몇개,,

벗어나고 싶은 현실이야 너무 많다.
몇 시간 후, 2시간 정도는 벗어날 수 있을 듯. MIKA공연 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