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컨텐츠

올해 인상깊게 본 영화: 파묘
올해 재밌게 본 시리즈: 삼체

삼체는 재밌게 보고, 책도 구매했는데 진도가 안 나가네
이건 책도 꼭 읽어보고 싶다.

예전에 반지의 제왕, 파이이야기, 냉정과열정사이 등 에서 재미있게 본 영상 컨텐츠를 스토리 컨텐츠로 다시 만난다면 또 다른 느낌과 재미임을 알기에~~

3000년의 기다림

사랑하는 사람을 얼마나 기다릴 수 있습니까? 라는 영화의 홍보 문구에 끌려서 이 영화를 보았다.

지금 딱히 원하는 소원이 없다는 알리시아가 왠지 공감이 갔다. 흥미 진진하게 잘 보고 있었는데, 그렇게 당당했던 알리시아가 갑자기 정령에게 비는 소원 때문에 좀 놀래면서 챙피하고 당황스럽고 그랬다. 그리고 저걸 어떻게 소원으로 빌수가 있지? 그랬다. 영화를 다 보고나서 느꼈다. 그게 곧 사랑을 대하는 나의 실제적인 감정인 듯 하다. 내가 이렇게 당황스럽고 챙피하고 숨고 싶고 하는 것이 사실은 아직도 그것에 대해서 백퍼 열려있지는 않은 마음인 것이겠지.

1. 왕자를 사랑한 여자 (Power)
그 여자는 미래의 최고 권력을 가진 왕자를 사랑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 권력을 공고하게 해주는 ‘아이의 잉태’에 대한 것을 소원으로 빌었는지도 모른다. 이 여자를 보니 얼마 전 잠깐 접했던 레드필의 개념이 떠올랐다. 자세히는 몰라.

2. 자신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노인을 사랑하게 된 왕자 (Healing)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줌으로써 서로 힐링이 되는 관계. 상처가 매우 깊은 사람에게는 동성/이성, 나이의 고저를 떠나 힐링만으로도 사랑이 싹틀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3. 지금 이 순간 내 눈에서 거슬리는 것은 썩 꺼져 (Rejection)
넘넘 과한 뚱땡이 여자가 비는 소원은 ‘날씬하고 아름다워 지게 해주세요’ 인줄 알았다. 나는 정말 너무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정말 무척이나 무겁고 힘겨워 보이는 알몸의 여자가 비는 소원이 ‘너는 지금 매우 거슬리니까 썩 꺼져’ 라는 류의 소원이었다. 이 부분이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 빅빅 뚱땡이 여자는 지금 그녀의 모습과 상황에 만족하는 것이었고 그냥 내 눈앞에 거슬리는 이 녀석만 치우고 싶은 것이었다.

4. 너무나 갈망하게 되는 지적 호기심과 허영심 (Intelligence)
제피르는 여기 나온 몇 명의 여인 중 가장 갈망의 상태가 심한 것처럼 보였다. 마치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알고 싶고 그걸 토대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싶은 갈망.. 멋진 갈망이지만 또한 영원히 채울 수 없기에 너무 괴로운 갈망이었다. 그래서 자기를 진정으로 사랑해 주는 사람이 바로 옆에 있음에도 볼 수 없었다. 커리어의 성공을 바라는 여자들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제피르도 많이 이해가 갔다.

5. 사랑은 소원이 될 수 없어. (Love is not a wish)
(스포일러) 알리시아가 빈 소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나를 사랑해 줘 / 2. 제발 네가 말을 할 수 있게 해 줘 / 3. 너를 자유롭게 하고 너의 세계로 가. 이렇게 정리해 놓고 보니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소원이라고 빌 수 있는 것은 이 세 개가 다가 아닌가.. 그리고 이것은 알리시아처럼 정말 성숙하고 깨어있는 인간들 만이 빌 수 있는 소원이다.

그들의 스토리를 요약하면 이렇다.
나를 사랑해 줬으면 좋겠고 너와 항상 대화할 수 있기를 원해,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너의 아이덴티티를 버리게 하고 속박하고 괴롭게 하는 것이라면 너를 자유롭게 풀어줄께, 너의 세계로 가.

냉정과 열정사이 / 에쿠니 가오리, 츠지 히토나리

냉정과 열정사이 영화를 다시 보았는데, 소설이 궁금해져서 주문을 했다. 두권의 책이 배달되어 왔다. 책을 다 읽고나니 영화와 아주 많이 다르다. 다른 점을 기록해 본다.

1) 쥰세이는 미국 뉴욕에서 자랐다. 그리고 라파엘로와 닮았다는 묘사가 몇번 나온다 – 영화에서는 거의 언급이 없는 내용

2) 아오이는 밀라노에서 자랐다. – 영화에서는 이태리어를 쓰지 않고 대부분 영어로 대화를 하므로 이태리에서 자랐다는 것을 전혀 알 수가 없다. 다니엘라와도 아주 어릴 적부터 친구였다. 영화에서는 둘이 영어로 대화를 하므로 마치 다 커서 어학원 같은데서 만난 사이 같다.

3) 마빈은 네이티브 미국인이다 – 영화에서는 아시아계 미국인(혼혈) 느낌인 배우가 연기를 했다. 책에서 마빈을 묘사하는 것과 비슷한 체격의 배우였음.

4) 다카시는 밀라노에서 아오이와 같이 자랐다. – 영화에서는 슬림한 산타마리아 유스케가 연기를 했는데 책에서는 서양인의 우람한 체격을 가진 것으로 나온다.
* 영화에서의 다카시는 유머 코드를 넣으려고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계속 회사 여자들을 바꿔가며 사귀다가 다시 처음사귄 여자에게로 돌아간다. (뭐임?)

5) 책에서는 8년만에 쥰세이와 아오이가 두오모에서 처음 만난다. – 영화에서는 중간에 한번 쥰세이가 아오이를 찾아가고 마빈과 같이 사는 집까지 따라갔었다. 이 장면이 좀 유치하고 어색하다고 느꼈는데 책에서는 없어서 그랬군

6) 책에서는 쥰세이가 아오이를 우연히 미술관 앞에서 보게된다 (아오이 닮은 사람인 줄 알고 쫓아간다) – 영화에서는 아오이가 피렌체에서 쥰세이를 우연히 보는 장면으로 각색이 되었다.

7) 책에는 없는 첼로 연주 장면 : 첫키스때 들었던 첼로 연주를 다시 만나서 듣게 되는 것, 그것을 아오이가 부탁했다는 것, 그 사연을 듣고 쥰세이가 아오이를 찾으러 밀라노로 가는 것… 이 스토리가 사실 좀 억지스럽고 별로였는데, 극적인 장치로 그냥 사용한 듯 하다. 그래도 그 첼로 연주곡이 좋으니까 그걸로 됐다.

8) 마빈과 헤어지는 장면이 책과 영화가 다르다.

9) 메미와 헤어지는 장면도 영화와 책이 다르다.

10) 죠반나 선생님과는 아주 약간의 이야기가 있다. 거의 마지막 즈음 짧게 묘사된 죠반나와 쥰세이가 단둘이 며칠간 여행하고, 그녀에게서 모성애의 느낌을 매우 많이 받는 내용 – 영화에서는 없는 내용인데 이건 좀 그랬다.

11) 마빈과 메미가 무슨 죄냐. 마지막 장면에서 마빈과 메미는 도구가 된 느낌이 들어서,, 책을 다 읽고선 기분이 참 나빠졌다.

책을 다 읽고난 느낌이 사실 그닥 좋지는 않아서 바로 알라딘에 내놨다. 억지스러움은 있지만 영화는 많은 군더더기를 덜어내서, 영화가 느낌이 더 나았다

범죄도시 2

5/28 토요일 친구와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5관, 18시40분에 보았다.

1.조연들이 맘에 들었다.
2. 마동석의, 마동석에 의한, 마동석을 위한 영화인데 시원시원 스트레스 해소에 최고였다.
3. 강해상 역의 손석구 연기 다시보게 되었다. 돌이켜보니 그가 나왔던 드라마/영화 중 내가 가장 최근 본 것이 멜로가 체질이었다. 거기서 표정과 말투가 독특했었는데 남성적인 매력은 느껴지지 않았고 엉뚱한 빙구같은 매력이 있다고만 생각했었다. ㅎ
4. 허동원 – 대박부동산 / 오징어게임에서 보았던 마스크가 독특했던 분, 자연스러운 형사 연기 좋고,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 보임. 웃긴역, 악역, 형사같은 힘있는 선역을 다 잘 소화하는 분이다.
5. 최귀화 – 미생 / 곡성 / 부산행에서 보았던,, 이분도 한 키와 한 마스크 하시는 분. 연기도 좋으심.
6. 장이수 역할 하시는 분도 재밌었고, 다른 두 젊은 형사들도 고군분투 열혈 청년 형사 역할들을 잘 소화해 냈다.

정말 간만에 코로나 시대의 극장행이었다. 팝콘/콜라도 취식하면서 보았다. 오랜만에 하니 느낌은 새롭지만,, 사실은 전혀 새롭지 않은 경험.

라라랜드

주변에서 하도 얘기를 많이 듣고,,
심지어 지난 주말에 모임에 나갔다가 모든 내용을 다 스포일러 당하고,,

라라랜드
오늘 새해 첫 영화로 이 영화를 보았다.

결론은 기대보다 못했다는 거였다.
나는 영화 보는 기준이 더 많이 주관적이라 그런지,
한없이 관대해 지고 싶은 영화가 있는가하면 무작정 까고 싶은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후자.. (설국 열차가 좀 그러했음)

우선, 너무 많은 영화들이 생각났다. 신선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생각났던 영화들을 나열해 보자면,
스텝업, 댓씽유두, 커미트먼트, 어바웃 타임, 비긴 어게인, 만추,,
심지어 ‘프랭크’라는 희안한 영화 하나가 있는데 그 영화도 막 생각남.

딱 하나 스토리텔링에서 신선했던 것은 “5년뒤” 라고 하고 결과를 바로 보여준 것.

그 영화 중 이런 대사가 있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해야지, 언제까지 재즈의 정통을 지키고 있겠냐’
‘그럼 넌 지금 그 음악을 좋아하니?’
내가 감독에게 묻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요소들 다 때려넣고 만들어서 만족하느냐고..
뭐 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기대보다는 아니였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

“위플래시”는 참 좋았는데! 그 에너지와 집중력이.
“라라랜드”에서는 그 두가지는 부족했던 듯.

지난 모임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다.
이 영화가 슬프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과거에 나와 함께 꿈을 키웠지만 헤어진 연인이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슬플 수 있다’

음, 난 중간에 조금 생각나는 사람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슬프다는 감흥은 없었네.
큰일이야.. 이제 정말 ㅂㅎ인가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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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 포 벤데타

페이보릿 영화 리스트에 있는 영화 브이 포 벤데타,

사실 개봉당시 딱 한번 보고 (개봉년도 찾아보니 10년전이네) 한번도 다시 본 적이 없어서
영화 내용은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스토리에 흘렀던 기본 사상과 필름의 톤과 비쥬얼이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정말 이 몇 주간이 너무 길고 이제는 언론과 사태를 지켜보는게 마치 끝나지 않을 대하 드라마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나도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분노와 좌절감이 왔다. 가슴이 답답하고 눈물이 날 지경이다.

엊그제는 날것의 감정을 글로 토해 냈지만, (헬조선!! 울분!! 이런식.. 걍 비공개 처리 ㅡ.ㅡ)
오늘은 그냥 한편의 영화로 미화해본다.

V for vendetta

Everybody is special, Everybody is a hero, a lover, a fool, a villain,
Everybody Everybody has their story to tell.

People should not be afraid of their governments
Governments should be afraid of their people.

릴리슈슈의 모든것 – 이와이 슌지

영화를 소개하는 프로에서 이와이슌지 감독 특집으로
러브레터, 4월이야기와 함께 소개되어 보게된 ‘릴리슈슈의 모든것’
이와이 슌지가 유작으로 하고 싶다는 작품이래서 궁금했다.

러닝타임 처음 30분간은 이와이 슌지가 이런 쓰레기 허세덩어리 영화를 진정 만들었단 말인가..
하며 욕을 욕을 하면서 봤다. 채팅창 그만 나오지? 머리아프게..

허나 내러티브가 진행되면서 점점 빠져들었고 마지막 몇분간 좀 쇼킹했고
영화본지 3일이 지나도 영화가 계속 생각났다. 음.. 이건 <설국> 읽은 후와 비슷한 느낌?

스토리는 예상할 수 있는 진행이긴 했다. 
‘아 그러지 말지’하면 여지없이 그렇게 했고,
‘설마 그렇게 될까’ 하면 어김없이 그렇게 됐다.

나에게 이 영화는 3개의 키워드를 주었다.
이면, 전염되는 악, 조용한 분노와 소리없는 울음

이면, 많은 것들에는 이면이 있다.
특히 여주인공이었던 아오이 유우에게 ‘반장이 너는 밝아보여서 좋다더라’ 라고 했는데
이면이 있는 그녀는 ‘사실 지금 우리가 밝고 어떻고 하는게 있니?’ 라는 대답이 참 맘에 꽂혔다.

전염되는 악, 슈스케의 “악”은 아마 어른들로부터 전염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계속 다른 이들에게 전염되는 악.
결국 슈스케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

조용한 분노와 소리없는 울음, 첫사랑의 고통에 유이치의 소리없는 울음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이어진 조용한 분노는 시끄러운 군중 속에서 터졌다.

PS. 유이치였던 배우의 나이든 모습을 보았는데,
너무 마초적으로 변해서 깜놀. 작가 미시마 유키오 생각이 났음.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 에단 호크 감독

오늘 오후에 좋은 영화 한편을 보았다.
사실 몸이 안좋아서 오케 연습을 빠지려고 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연습 장소로 나섰다. ㅎㅎ

세이모어 번스타인이라는 피아니스트이자 피아노 선생님에 대한 다큐멘터리인데,,
음악 장르는 다르지만 부에노비스타 소셜 클럽도 생각났다.
두 영화에서의 음악가들이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에서가 아니라, 
음악에 대한 진지하고 순수하고 선한 태도, 화려한 삶이 아닌 재야에 묻혀있는 삶,
그렇지만 끝까지 음악을 포기하지 않는 고집 등이 같아서.

기억에 남는 대사와 장면이 많다.

학생들을 여러모로 정말 한땀한땀 가르치는 세이모어의 워크샵
음악인과 일상인과의 조화 (pianist vs person)
바흐를 연주하는 글렌 굴드의 이야기
음악이 주는 엑스터시
세상의 소리는 B플랫으로 들리는 것이 아닐까?
짧은 8분 음표더라도 계속 소리는 이어진다는 가르침
한국 전쟁터에서의 음악이 주었던 경험
피아노를 고르는 과정
행군 30km를 거뜬히, 강인한 군인은 섬세한 피아니스트
종교와 다르게 내 안에서 답을 찾는 음악

내가 피아노 연주에 대해서 깊이 알지는 못하지만,,
연주에서 어떤 감정을 전달하려고 하는지를 설명할 때 참 와닿았다.
정말 홀린듯이 그 감정이 느껴지는 듯 해서.

이 영화의 감독이지만 조금씩 등장했던 에단 호크,
그의 고뇌의 시간에서 만난 세이모어 번스타인은 
50살에 대중 앞에서의 피아노 연주를 은퇴하고 진심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스승이자,
어쩌면 이제 세상에 다시 자신의 연주를 들려 주고 싶어하는 한 노장 피아니스트였다.

그와 한국의 인연

부산행 – 연상호 감독, 공유 주연

부산행

연상호 감독, 공유/마동석/정유미/김수안/김의성
관람일 7/25, 상암 CGV

첫번째 이유 공유,
두번째 이유 연상호 감독,
세번째 이유 난 원래 좀비물 좋아..하나? 좀 좋아하는것 같음,

바람직한 공유의 인터뷰 보기

그리고 네번째 이유 이 영화만큼은 스포를 당하고 싶지 않아서 빨리 가서 월욜에 혼자 봤다.

영화 끝나고 지인에게 내가 바로 카톡으로 한 말은
“부산행 완전 재밌음. 유치한데 재밌고, 좀비 엄청 많이 나와”

좀비물은 좀비들이 많이 자주 나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라,
이 영화에서 좀비만큼은 만족할만큼 충분하게 많이 봤다.
참고로 난 “월드워Z”도 재밌게 본 사람,
“워킹데드”도 시즌1보고 나중에 몰아 봐야지 담아두고 있고,
제일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좀비 영화는 대니보일의 “28일후”

몇년전 “돼지의 왕”을 참 인상깊게 봤다. 애니메이션이지만 정교한 연출력이라고 생각했다.
그 감독의 첫 실사 영화, 그리고 공유, 그리고 좀비!
나에게 올해 극장에서 꼭 봐야할 영화 1순위였다.

사실 평을 보면 욕도 많이 먹고 있고, ‘한국산’ 치고는 잘 만든 좀비영화 라고들 하는데
‘한국산 치고’ 라는 수식어가 왜 꼭 붙어야 하냐는 말도 듣고.
근데 솔직히 진짜 한국에서 좀비물 이렇게 대규모로 연출할 수 있는 감독이 있을라나?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감독은 이 영화를 정교하게 스토리텔링 하지는 않았지만 연출을 많이(?) 했다’

중간에 ‘음?’ 하는 부분들이 있긴 했지만,
영화가 끝나고 롤러코스터 다 타고난 느낌으로 영화관을 나서면서
– 주인공들과 상황들에 몰입되서 엄청 힘들었다는 –
‘이렇게 긴장감을 주다니 그래도 이 정도면 잘만들었고 재밌었다’ 생각했다.
진짜 ‘부산행’이라는 제목처럼 단순 명료하고 스노비즘 없이 그냥 순수하게 만든 영화라는 생각.
굳이 비교하자면 “설국열차”의 그 허영끼는 좀 싫어하는 지라.

마이너한 감성이라고 여긴 감독과 좀비 영화라는 얘기를 듣고 
흥행은 기대도 않고 ‘나라도 극장가서 봐줘야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벌써 600만 흥행을 달리고 있는 “부산행”, 우리 공배우와 연감독의 천만 영화 달성을 꼭 기원한다!!

아참, ‘서울역’이라는 프리퀄 격 애니메이션이 있다고 하니 정교함은 거기서 기대하자.

나의 소녀 시대

나의 소녀시대 – 프랭키 첸 / 왕대륙, 송운하

런닝타임이 좀 길게 느껴졌다.
깔끔하게 떨어지게 얘기들을 정리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럼에도 코믹적이고 만화적인 요소들이 좋다.
‘오~’ 하는 대사들도 가끔 있었고.

끝으로 갈수록 너무 신파처럼 끌고 간것은 좀 그랬다.
사실 신선함 제로 스토리, 어디서 많이 본 클리쉐의 향연, 연출도 종종 유치하고.
그래도 대만에서 대흥행을 했던 이유는 있는 것 같다.
시원스러운 맛은 있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녀’와 비교 많이 하던데,
‘그 시절…’의 아련한 느낌은 못 따라 간다.
엔딩도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녀’가 현실적이지 않나?
‘나의 소녀시대’의 엔딩은 한때 소녀였던 언니들의 환타지 충족을 위한 엔딩 ㅎㅎ
그래도 왠지 순정만화를 보는 느낌이라서 ‘나의 소녀시대’같은 엔딩도 좋다.

대만의 대표적인 학원물인 ‘말할수 없는 비밀’도 종종 소환이 되고,
잘 알려지지 않은 대만 영화 ‘남색 대문’이란 영화도 생각났다.

그리고 90년대의 대만 청소년들이 우리랑 많이 비슷했구나! 생각이 들었다.
연예인 책받침(?)하며, 유덕화 입간판, 진실게임 등의 장면에서.
주성치와 가유희사가 언급되는 부분에서 반가웠다 ㅋ
그것도 의미있는 장면에서.. “가..가…가유희사로 영화 바꿔줘”
아무래도 최고의 중화권 학원물은 도학위룡 아닌가 ㅋ

유덕화 특별출연 반가웠다. 
한때 나도 주인공처럼 유덕화를 좀 좋아했다가 바로 주성치로 갈아 탔는데,,
입간판 얘기처럼 나도 주성치의 영화 포스터를 떼온 적이 있다.

왕대륙은 늠 느끼하고 허세 작렬인데 “왠지 병신같은데 멋있어”란 말과 어울리는 놈.
개인적으로 ‘약간 웃긴 놈?’이라고 생각되는 누가 좀 떠올랐다.
송운화는 귀엽고 이쁘고 연기 좀 괜찮다.
근데 계속 보다보니 개그우먼 ‘김현영’이 생각났다!

이 영화도 작년 부산영화제에서 제목이 눈에 띄어 보고싶었던 영화였다.
부산에 둘이 왔었네? 여튼 이번 주말은 본의 아니게 부산영화제 중화권 특집이 되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