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하기

나는 낙서를 좋아한다.
회의시 딴 생각으로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빈 종이에 글씨를 엄청나게 쓴다.
가끔 회의 때 다른 사람이 한 말을 그대로 적어놓기도 하는데 어이없게 웃길때도 많았다.

14년에 프로젝트를 했을 때 동료가 ‘캘리그래피’를 추천했었다.
난 그게 일반인도 배울 수 있는 건지 몰랐다. 무조건 미술전공생들만 하는 건줄 암 ㅎㅎ
그때 생긴 호기심을 접수해두었다가 올해 생각난 김에 가을 시작과 동시에 문화센터를 등록~

아래가 내 첫작품이다. ㅋㅋㅋ너무 글씨 못썼잖아.
이게 이 필기구를 처음 써본 날이라 잘 안써졌다.
다른 필기구로만 집에서 엄청 연습한..

<수채 캘리그래피>를 배우고 있다.
먹과 붓을 이용한 정통 캘리그래피냐,
수채 그림을 접목하고 글씨는 붓보다는 쉬운 펜 종류로 하는 수채 캘리그래피냐 고민하다
수채 캘리그래피를 선택했다.

내가 캘리그래피를 배우려고 한건 글씨를 잘쓰진 않지만 낙서하는건 좋아하는데,
사실 한글, 영어, 한자 등 글씨란건 이미 있는 ‘디자인’이므로
내가 창작의 근본부터 고민해야할 필요없이 응용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만만하게 보는 건 아니다. 열심히 해볼란다.
그림과 어우러지는 멋진 글씨 나올때까지~~

그림에 음악에 춤에.. 올해는 아트의 한해다.

처음 써본 이야기..

휘유.. 
[감정저장계]는 고민하다가 그냥 올린다.
이야기를 쓰게 된 사유는 복잡하나, 그냥 패스!

어찌 되었건 내가 처음 써본 단편소설인데,
지금 읽어보니 손발이 막 오그라들어.. 
유치뽕짝, 완전 허세다. ㅋ
그래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올려본다. ^^

그래도 한 친구가 듣기 좋으라고 그랬는지,,
이야기 좋았으니 계속 써보라고 해서 용기가 났고,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음에는 좀더 자극적인 이야기로 써볼련다.
그래서 블로그에 Pen 카테고리도 따로 만들었다.

그럼 Pen 에서 읽어 보세욤~
아래 그림같은 삽화도 넣으면 좋으련만 내가 그림을 못그려서 패스!

감정저장계 프롤로그 – SF단편 [감정저장계]

감정을 영원히 저장할 수 있을까?
이 의문으로부터 시작 되었다.

사람의 감정은 어떻게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 
그것을 얼마만큼 –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진실되게 – 기억할 수 있는지,
그들은 궁금했다.

그래서 미쉘과 진은 연구를 시작했다.
사람의 감정을 저장할 수 있는 일명, '감정저장계'를 발명해 보려고 했다.
그들은 연구 끝에 감정저장계를 만드는 데 성공을 했다.
이제 이 감정저장계의 성능을 테스트할 단계이다.

체온계처럼 생긴 그것, 
인간이 어떤 감정을 느꼈을 때,
작은 체온계처럼 생긴 그것을 사람의 귀에 가까이 대거나, 손에 쥐면,
선을 통해서 투명한 튜브에 감정이 저장이 된다. 
감정저장계는 그 감정의 정도가 0-100까지 수치화되어 표시되고,
정도가 100이 되어야 저장을 할 수 있다.

일단은 5가지 감정, 즐거움, 평온, 슬픔, 분노, 사랑, 
이렇게 시작을 했다.

감정저장계 1 – SF단편 [감정저장계]

1. 즐거움

진이 혼자 그것을 맡기로 했다. 즐거움 100을 담아보기로.
진은 본래 쾌활한 성격의 사람이다. 
많은 이들이 진의 주위에 있었고, 그는 어딜가나 인기가 많다.
그에게는 특유의 유머 감각이 있다. 
어떠한 이야기들도 그가 시작하면 사람들은 귀담아 듣는다.
그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재주가 있기 때문이다.

진, 연구를 하지 않을 때 그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아침마다 사람들이 그의 주위로 몰려든다.
그는 항상 이야기거리가 있었다.
전날 보았던 티비 프로그램, 
정치인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
술을 마시다 일어났던 해프닝,
아침에 보았던 재미있는 광경,
이런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술술 풀어낸다.

그날도 그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사람들을 재미있게 해주고 있었다. 사람들이 웃는다. 
진이 손에 쥐고 있는 감정저장계의 즐거움 87
'에이,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데도 충분히 즐겁지가 않네..!'

진은 이 회사에 좋아하는 소녀가 있었다. 아직 어린 그녀..
그녀는 소녀의 티를 벗지 않은 사회 초년생이었다.
단발머리의 그녀는 말이 없었고, 언제나 시키는 일을 잘 하는 아이였다.
얼굴은 하얗고 눈은 초롱초롱하며 작고 귀여운 코, 
항상 미소를 머금지만 꼭 다문 입술을 가진 아이..
그녀의 자리를 지나칠 때면 진의 시선은 자기도 모르게 그녀를 향해 있었다.

그녀가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웃는 모습이 진의 눈에 들어온다. '앗, 그애가 웃는다!'
진의 재미있는 이야기에 그녀의 입이 활짝 열리고, 그녀는 너무도 즐겁게 웃고 있었다.
감정저장계의 수치가 점점 올라가고,, 즐거움은 100이 되었다. 
'성공이다~'

감정저장계 2 – SF단편 [감정저장계]

2. 평온

"평온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감정중 하나라고 생각해,
그 만큼 찾기도 쉬울꺼야, 종교인들에게서나.."
미쉘은 얘기를 꺼냈다.

"그래도 평온 100이란 상태가 되기 쉬울까?"
진은 의문을 가졌다. 진은 미쉘을 쳐다보다 문득 무언가 생각해 냈다.
"미쉘, 너 친구 중에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친구가 있지않아?
아무 감각도 살아있지 않고 단지 들을 수만 있다는 그 친구.. 
그 친구에게서 평온 100의 상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미쉘은 화를 냈다.
"어떻게 넌 식물인간이 평온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게다가 우리 연구를 위해 친구의 아픈 상황을 이용하라구?
너, 아무리 집요하고 냉정하다고 해도, 그런 생각을 할줄이야.."

진은 미안하다는 듯 미쉘을 보며,
"미안해, 그래도 한번 해 보자. 내가 정말 궁금하기도 해.
감각이 거의 죽어버린 식물인간의 감정 상태가 어떤지.. 
갑자기 너무 궁금해졌어. 그냥 병문안 가는 셈 치고 가보자.."

미쉘은 친구를 이용한다는게 정말 내키지 않았지만, 
그녀도 내심 궁금했다. 정말 친구는 평온할 수 있는지..

그들은 감정저장계를 들고 병실을 찾았다.
그리고 아무 표정없이 누워있는 그녀의 손에 쥐어줘 보았다.
그들은 아무말 없이 감정저장계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평온으로 설정해 놓고 스위치를 켰다.
평온은.. 올라가지 않았다. 수치는 0을 가리키고 있다.
미쉘은 슬퍼졌다. 그들은 한동안 말없이 친구를 바라보았다.

진이 미쉘에게 속삭였다. 
"미안, 미쉘 내가 생각이 짧았어.
자신이 식물인간이란걸 인지하고 있다면 평온할 수가 없겠지.."

그때, 병실 문이 열리고 그 친구의 어머니가 들어왔다.
그녀의 어머니도 마침 딸을 방문했던 것이었다.
어머니는 그들을 보고, 살짝 눈 인사를 했다.
미쉘은 어머니에게 반가워 하며 인사했다. 
"어머니 오랜만이에요, 친구가 궁금해서 병문안 왔어요"
"그래, 미쉘 여기 앉거라. 나도 좀 앉아야겠다"

그때 친구가 쥐고 있는 감정저장계의 평온의 수치가 35로 올라갔다.
미쉘과 진은 서로 쳐다보았다.

"이렇게 예쁜 내 딸이 누워만 있다니..어서 일어나야 할텐데.."
어머니는 딸을 애처로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평온의 수치는 80이 되었다.

"내 딸아, 넌 반드시 일어날꺼야. 엄마가 매일 기도하고 있어.
빨리 일어나게 해달라고. 엄마만 믿어. 꼭 일어날 수 있을꺼야.."
어머니의 목소리는 낮고 느렸지만 왠지 힘이 있게 들렸다.

미쉘과 진은 평온 100을 저장할 수 있었다.
인생의 가장 절박한 상황에서 들을 수 있는 어머니의 목소리.
누워있는 그 친구의 무표정함이 그 순간 매우 평화로워 보였다.

감정저장계 3 – SF단편 [감정저장계]

3. 슬픔

진에게는 미대 대학원을 다니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에게서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진, 나야. 잘 지내?"
전화기 너머 그의 목소리가 예전 같지 않았다.
그들은 진의 집 근처 바에서 만나기로 했다.

진은 그를 보고 깜짝 놀랐다.
매우 수척해지고 까칠해진 얼굴, 담배를 피워대는 그.
"무슨 일 있어?" 진이 물었다.

"그녀가 떠나.."
그에게는 대학 때부터 사랑을 했던 여자 친구가 있었다.
그들은 같은 미술대학 동기였고, 5년을 연인 사이로 지냈다.

그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여자 친구의 집에서 그를 반대했다고 한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미술학도라며.
집안의 성화로 급기야 그녀는 다니던 미술관을 그만 두게 되었고, 
유학을 준비하게 되었다.

그녀는 끝내 울면서 그에게 이별을 고했다.
"우리 인연은 여기서 끝인가봐. 나 떠나야 해. 너무 미안해"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진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한달 동안 연락을 못했어. 일주일 후면 그녀가 떠나는데.."
그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한달간 집에서 그림 하나만 그렸어. 왠지 그걸 꼭 그리고 싶더라구..
그녀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그 그림을 주고 싶어"
진은 이야기를 다 듣고, 친구를 재촉했다.
"내가 같이 가줄께..지금 당장 가자.. 시간이 얼마 없잖아"

그의 차를 타고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뒷좌석에는 종이에 쌓인 그의 그림이 놓여있었다.
차를 세운 후, 그는 조심스럽게 그림을 들고 그녀의 집으로 걸어갔다.
진은 그러는 와중에도 스치듯 '오늘 슬픔 100을 담아볼까..' 라는 생각을 했다. (나쁜 진..!)
진은 살짝 감정저장계를 꺼내 친구의 뒤에서 걸으며 그의 귀 근처로 가져가 보았다.
슬픔의 수치는 67.. '그래도 한달 동안 많이 추스렸나 보네'

그녀는 그의 전화를 받고 집앞으로 나왔다. 가로등 아래에서 그는 그녀에게 그림을 건냈다.
"널 붙잡지는 않을께. 그 대신 이 그림을 마지막 선물로 주고 싶어"
진은 친구의 손에 살짝 다시 감정저장계를 갖다댔다. 슬픔의 수치는 93..

그는 그녀가 그림의 포장을 푸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림을 가만히 보던 그녀,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흐른다.
진도 그림이 궁금해 그녀가 서 있는 쪽으로 가서 그림을 보았다. 
그림 속에는 오래된 갈색 탁자 위에 석류 두개가 놓여 있었다.

한개는 껍질이 아주 빨간데다 속이 벌어져 있어 빨간 알갱이가 곧 터져 나올 듯했고,,
다른 한개는 단단해 보이는 껍질에 아직은 노르스름한 상태로 닫혀있는 모습이었다.

빨간 석류 알갱이 하나 하나를 보고 있자니 왠지 그의 진한 슬픔이 전해졌다.

그녀의 귀 근처에 감정저장계를 대보았다.
감정저장계는 빨간불이 들어왔고, 슬픔 100을 저장했다.
그녀는 눈물을 닦고 짧게 이야기 했다.
"꼭 기다려 줘.. 그림은 너무 고마워"

감정저장계 4 – SF단편 [감정저장계]

4. 분노

진과 미쉘은 분노 100의 감정을 쉽게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진이 미쉘에게 물었다. 
"너 살면서 가장 화가 났을 때의 기억을 떠올려봐"
미쉘은 한참을 생각하다, 얼굴을 찡그렸다.
"아 그것을 다시 보면 분노 100을 저장할 수 있을지 몰라"
그리고는 미쉘은 자기 책상 서랍속을 뒤졌다.

빨간색 퍼즐 한 조각이 나왔다. 
미쉘은 크게 한숨을 쉬며 감정저장계를 손에 꽉 쥐었다. 
분노 100은 쉽게 저장이 되었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미쉘은 진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녀는 1년 전 사랑하는 남자와 헤어졌다.
그 때의 일이었다.

미쉘의 취미는 퍼즐 맞추기.
그에게 선물하려고 1000피스 퍼즐을 샀다.
미쉘과 그가 좋아하는 영화 'Arizona Dream' 포스터였다.
그녀는 며칠 밤을 새워 퍼즐을 완성해 가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한 조각이 없어졌다.
아무리 집안을 뒤져 보아도 그 조각은 나오지 않았다.
하필이면 가운데 있는 조각이라 눈에 띄었다. 
퍼즐 박스를 찢어서 어떻게든 그 부분을 가렸다.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어쨌든 100% 완벽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아직 추운 겨울, 포장을 한 그것을 그에게 전해주었다.
그날 밤 집에 도착한 그에게 전화가 왔다.
"이거 들고 오느라 너무 손이 시러웠어. 
그런데 뜯어보고 감동했어. 방에 걸어둘께.. 고마워"

며칠 뒤 미쉘은 그의 집에 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 포스터가 뒤집혀서 방바닥에 그대로 놓여있는게 아닌가.
미쉘은 왜 이게 이렇게 있냐며 그에게 따졌다.

"아니, 걸려고 보니 포스터에 무언가 붙어있어서 떼버렸는데, 구멍이 생겼어. 
한 조각이 없었었네. 그래도 걸어놨는데, 볼때마다 그 구멍만 보이는거야. 
이 포스터의 전체 이미지가 눈에 안들어와.. 그래서 일단 내려 놓았어"

미쉘은 예민한 그이기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화가 났다.
정말 열심히 만들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그에게 화를 냈다.

어쨌든 그일에 대해서는 화해를 했지만,
그일 이후, 그들은 만나면 무언가 어긋난 듯한 대화와 느낌들에 불편했다.
그렇게 서로 불편한 시간을 보낸 후, 미쉘은 그를 떠났다.

그렇게 된 원인이 모두 그 없어진 한 조각 때문이라는 생각이 미쉘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미쉘은 며칠동안 잠을 잘 수가 없었고, 급기야 생전 처음으로 수면제를 먹어보았다.
딱 한번 복용한 수면제.. 그건 잠을 잘 수 없는 것보다 더욱 고통이었다. 
눈은 감겨 뜰수 없는데 정신은 깨어 있는 상태, 침대가 몸을 빨아들이고 있는 듯한 느낌.
그녀는 그렇게 힘들게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아픔을 달래고자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대학 동기였고, 너무도 편한 친구였다.
항상 미쉘의 주변에서 그녀를 보살펴 주었다.
그와 술을 마시고 있는데, 그가 화장실을 간다며 일어서다 지갑을 떨어 뜨렸다.
미쉘이 지갑을 주어 올리는데 지갑속에서 툭 떨어지는 그것.. 
그 없어진 빨간 퍼즐 조각이였다.
그는 당황했다. 그렇지만 멋적게 웃으며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내가 컴퓨터 손본다며 너희 집에 간적이 있잖아.
그때 너, 그 남자에게 줄 퍼즐을 맞추고 있는데,
좀 질투도 나고, 장난도 치고 싶어서 이걸 가져와 버렸어.."

그녀는 그 자리에서 그 조각을 주머니에 넣고 뒤도 안돌아보고 나갔다.
그 이후 그녀는 그 친구를 다시 보지 않았다.

그녀의 분노는 그 친구와 그녀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
그 친구의 질투와 장난으로 일어나 버린 일련의 사건들과 
그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해야 했던 것,
그리고 친구의 어렴풋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으면서도
친구라는 이름으로 그를 주변에 두었던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한 조각의 구멍도 참지 못했던 그에게도.

감정저장계 5 – SF단편 [감정저장계]

5. 사랑

사랑 100을 찾기란 불가능이었다.
진과 미쉘은 아무리 헤매어 보아도 사랑 100을 담을 수가 없었다.

놀이터에서 손자, 손녀들이 뛰어노는 것을 보고 있는 할머니,
감정저장계의 사랑은 87.

영화를 보는 연인 사이에 감정저장계를 살짝 집어넣어 보았다.
실망스럽게도 사랑은 60.. 둘은 생각했다. '오래된 커플인가 보군'

어린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있는 젊은 엄마,
사랑은 96..

까페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연인,
탁자에 얼굴을 괴고 더 가까이 앉아 있는 남자 쪽에 감정저장계를 대보았다.
사랑은 89.. 여자 쪽에서는 74가 찍혔다.

그들은 실험실로 돌아왔다. 
"정말 사랑은 100이 될 수 없는 걸까? 아휴, 사랑이 부족한 이 인간들..! 아 피곤하다."
미쉘이 투덜거렸다. 진과 미쉘은 하루종일 돌아다녀 머리가 아팠다.

역시 언제나 유쾌한 진은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미쉘을 보며 이야기를 했다.
"미쉘 날 사랑해? 나를 잠깐 생각하고 있어봐"
진은 눈 깜짝할사이 미쉘의 손에 감정저장계를 댔다.
사랑은 43.. 진은 약간 실망했지만, 또 궁금한 점이 생겼다.

진은 귀여운 눈을 하고 미쉘을 쳐다보았다
감정 저장계를 손에 쥐고서. 사랑으로 찍힌 수치는 57..
"둘이 합쳐 100이네! 하하핫" 진은 무슨 큰 발견이나 한 듯 웃었다.
미쉘은 진을 흘겨 보았다. 그리고는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나는 매일 그 퍼즐가이가 생각나. 아직도 그를 사랑하는 것 같아" 
그들은 그 분노 100의 주인공을 'puzzle guy'라고 불렀다.
"나도 그 소녀를 사랑해. 아직 고백은 못했지만.."
진은 소녀를 가만히 생각하다가, 분노를 담은 튜브와 즐거움을 담은 튜브를 가지고 왔다.

감정 저장계를 분노의 튜브에 연결하고 감정 스위치를 사랑으로 바꾸어 보았다.
사랑은 100이었다. 즐거움을 담은 튜브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쉘과 진은 씁쓸히 웃었다.

그리고 슬픔과 평온의 튜브도 가져와서 감정 스위치를 사랑으로 바꾸니
역시 둘다 100을 가리켰다.

미쉘은 진을 보며 이렇게 얘기했다.

"역시 인간은 한 순간에 하나의 감정만 느낄 수 없는 복잡한 존재야..
게다가 사랑이라는 감정은 정말.. 희안해.
분노, 슬픔, 즐거움, 평온.. 이런 감정들이 사랑을 파생시키는 건지,
아니면 반대로 사랑에서 그런 감정들이 나오는 건지.. 모르겠어.
또,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은 100% 이해 가능한 것인데,,
남녀간의 사랑은 참 알 수가 없네. 사랑이 한창 진행중일 때 보다,
막 시작하기 전 설레임을 느낄 때나,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하는 상황, 
이별의 아픔에 몸부림 칠때야 비로소 사랑이 극대화 되다니.. 참 아이러니 하지.."

"그리고 사실, 감정의 순간만 담는다는 것은 우리가 범하고 있는 큰 오류일 지도 몰라.
감정의 정도를 수치화 한다는 것도 말도 안되는 얘기야.
그래도 우리는 연구에 성공을 했고, 난 그것으로 기뻐.."

진은 말 없이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정저장계 에필로그 – SF단편 [감정저장계]

감정저장계는 성공을 했고,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을까?

감정저장계의 기능은 계속 발전해 나갔고,
저장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저장된 것을 꺼내 공유할 수도 있었다.
단, 저장된 감정의 공유는 딱 한번 한 사람에게만 주입시킬 수 있었다.

감정저장계는 쓰임이 많았다.

감정 100 찾기 놀이가 유행을 했고,
연인 끼리는 감정저장계를 사용하다 다투기도 했다.

3D, 4D뿐 아니라 영화보기의 새로운 체험을 가능하게도 했다.
영화를 보면서 장면 장면마다 느껴야 할 감정을 주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감정저장계는 감정이 매마른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며,
이용하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분노의 감정이 필요한 랩퍼에게 원하는 랩이 쉽게 나오도록 만들었다.
슬픔의 감정이 필요한 배우에게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범죄를 막는데도 유용했다. 
살인범에게 범죄의 순간, 평온을 주입시켜 살인을 하지 못하게도 했다.

권태기의 부부에게 사랑의 감정을 주입하여, 
짧은 순간이라도 다시금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도록 했다.

하지만, 감정저장계의 쓰임도 역시 순간의 유희일 뿐이다.
감정을 오랜 시간동안 다스릴 수 있는 주체는 기계가 아닌 
감정을 진심으로 전달하고 느끼는 인간이라는 것을,,
감정저장계를 쓰면 쓸 수록 사람들은 깨달아 갔다.

(5/2~5/13, 2010, jooh 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휴.. 다 썼다.
시나리오 때문에 쓰긴 했는데, 쓰면서 나도 모르게 빠져 들었다.
좀 평범하고 유치한 이야기들인데,, 감성/멜로/SF 짬뽕이 됬다.
처음 쓰는 거라 상투적인 문장도 많고,, 문법도 틀린것 같고.. ㅠㅠ

들은 이야기를 표절하기도 했다. ^^;

'슬픔'편인데, 이건 남녀가 바뀌었고…
개인적인거라 누구에게 있었던 일인지는 말할 순 없구..

내가 경험했던 것도 있다.

'분노'편인데, 제일 쓰라린 이야기였다.
실제로 퍼즐 한조각을 잃어버린 기억이 있다.
잃어버린 그 이후는 그냥 상상해서 쓴 것이다.

미쉘과 진이라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이름들은,,
릴레이 소설을 썼을 때 주인공들 이름이었다. 
그냥 그 이름을 쓰고 싶었다..

5/13 씀..
소설을 읽기 쉽게 하려고 다 쓴 다음에 거꾸로 옮겨서 날짜가 역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