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맹가리의 “벽”이란 이야기,,

로맹가리의 벽이란 단편 소설이 있다.
오늘 갑자기 그 소설이 생각났다. 너무 쓰린 이야기…
그런데 코메디 같기도 했어. 답답해. 물어보면 되잖아.

주말에 인사동 갤러리에 갔는데 분노를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님을 만났었다.
남편이 11년간 남편의 구여친이었던 사람과 바람을 피워왔던 사실을 알고
최근 이혼을 했다고 한다 (전시회에서 작가의 스토리에 공개되었던 이야기)

동양 미술을 하시는 여리여리한 분이었는데,
작품들을 자세히 보니 바늘로 꼬맨 자국들이 있었다.
여쭤보니 작품을 하면서 분노의 재봉틀질을 마구 하셨다고 한다.
그 이야기들은 매우 안타까운데, 왜 그 모습을 떠올리니 웃픈지 ㅎㅎ

삶이란게 다 그런건가? 너무 심각해지지 말자.
그러면 정말 로맹가리의 벽 이야기처럼 비극이 되어버려.
그놈의 벽 때문에 비극으로 남지 말고 벽을 깨부수어야지~

일에서는 내가 해보지 않은 일들을 먼저 나서서 해보고,
내가 책임져 보고, 같이 하자고 독려도 해보고,
잘못되어도 위로 몇 번 주고받고 잊어버리고,
그 일들과 결과에 대한 속마음도 언젠가는 얘기하고,, 다 할 수 있다.

그런데 관계는 왜 그게 안되는 것일까?

It’s so tough…..

2주에 한번 과제, 2주에 한번 시험,
그러니까 한달이 과제, 시험, 과제, 시험의 반복이다.
또 1년 내내 논문 비슷한 것을 써야 하는 것을 최근 알았다.
일련의 과정들이 재미는 있는데 좀 숨이 찬다. ㅠㅠ
4년 전보다는 덜 빡세긴 하다.
근데 지금까지 성적도 잘 나왔다. 이건 또 의외다.
내가 결정하고 내가 벌인 일인데…. 잘 해야지.

회사에서도 곧 중요한 시험이 하나 있다.
그리고 진행시키고 싶은 일도 있다. 그건 꼭 해보고 싶다 진짜…

개인적인 것,, 메타**도 다시 해봐야 한다.
미쳤네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지금 아니면 못하니까 다 할꺼다.
근데 진짜 내가 엄청 욕심이 있는 사람은 아닌데,
사실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분홍신을 신고 멈출 수 없는 춤을 추고 있는 기분이다.

분홍신 신고 있지 않아도 앞으로 잘할 수 있고 좋은 미래가 있다고
누가 얘기해 줬음 좋겠다.

Soya 작가님 전시회 (10/16)

오늘을 기념으로 남기고 싶어서 포스팅으로 남긴다.

오늘 Soya 작가님께서 첫번째 프로젝트로 허락해 주셔서, 가서 촬영을 했다. 인사동 Artlogic Space였다. 진짜 한시간 동안 어려운 상황에서 열심히 찍었다. 그런데 결과물이 별로 좋지 않게 나와서 안타깝다. 스캔 딱 한개 겨우 건져서 그래도 한 개는 만들어 볼 수 는 있었다. 그래서 배운 것은 있었다. 촬영하게 해 주셔서 감사했다. 5개까지는 그냥 해보아야 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촬영이 끝나고 제대로 그림을 감상했는데 그림들이 다 너무 좋았다.

특히 내 마음을 사로잡은 그림은 해를 형상화한 붉은 그림이었는데, 강렬한 느낌이었다. 붉은 빛이 일반적인 붉은 빛과는 다르게 엄청 깊이감이 있게 느껴지고 빠져들 것 같았다. 작가님께 말씀드리니 그걸 의도했다고 말씀하셨다. 색깔을 내는데 엄청 고심하신다고 하신다. 남들과 다른 것, 다른 표현을 찾기 위해 천천히 변화가 되는 것 같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림을 구상할 때가 제일 힘들고, 구상이 된 후에는 바로 그림에 착수하면 되는데 그때는 몸이 힘든 것도 모르고 그냥 막 그리게 된다고 하셨다. 이렇게 추상적으로 자연을 표현한 후로, 이제 자연을 볼 때 다른 마음으로 보게 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가족이 그림 그릴 때 힘이 된다고 하셨다. 옆에서 잔소리도 막 하고, 힘이 되는 말을 많이 해 준다고. 그 얘기에 많이 반성이 됐다.

이렇게 전시회에서 작가님으로부터 직접 그림을 그릴 때의 상황과 심정을 직접 들으니까 참 좋았다. 그림에 대해서 다른 관람객들에게 설명하실 때 행복해 보이셨다. 그림처럼 따뜻한 분이신 것 같았다. 더 오래 있고 싶었지만 다른 관람객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해서 나왔다.

다시 한번 보고 싶은 만화 H1, H2

얼마 전에 갑자기 이 만화들이 문득 생각났다. 그 때 딱 한번 읽고 나서는 한번도 다시 보지 않은 만화들이다.

참 오래 전이다. 아다치 미츠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았다. 뭔가 특별한 게 있나? 하고 내용이 궁금해서 H1(Touch), H2를 읽어 보았었다. 그 때 나는 그 내용을 다 읽고나서,, “아니 왜 주인공 아이들은 좋아하는 마음에 대해서 이랬다 저랬다 그러냐?” 하며 불만을 얘기하니 이 만화를 추천했던 친구가 “원래 어릴 때는 자기 마음을 확실히 잘 모르고 헤깔릴 때가 있잖아” 라고 얘기했던 것 같다. 어릴 때라고 정확히 말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사람이 인생에서 그렇게 자기 마음에 대해서 헤깔릴 때가 있지 않냐 라는 의미였던것 같다. 그 때의 나는 이해를 못했지만 지금은 그게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된다.

나는 그 때 속으로 ‘음.. 이런 만화들은 내 취향이 아니야’ 그랬다. 생각해보면 그 때의 나는 감정이 많이 없었고 감정이 풍부한 것을 어쩌면 조금은 경시했던 사람이었다. 지금의 나는 감정적인 부분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쪽으로 달라졌는데, 지금 이 만화들을 다시 보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ㅎㅎ 이 나이가 되서 꼭 다시 읽어보고 싶은 게 아다치 미츠루가 그린 순수한 아이들의 이야기라니.. 꼭 다시 보고 싶네.

시작

올해가 벌써 10월이다. 혼란스러웠던 올 초에 결정이 나고 한동안 맘을 못 잡고 살았던 것 같다. 여러 방향으로 결심을 해봤지만 결국 실천도 못하고 아직도 이도 저도 아니게 있으면서 망설이고 있다. 좀 화가 나는 것은 떠나려고 맘을 먹으면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찔끔찔끔씩 모이 주듯이 뭘 자꾸 주는 것 때문에 못 떠나고,, 그게 기분이 좋다기 보다 기분이 진짜 너무 별로였다. 못 떠나는 내가 문제인거지 주려고 하는 쪽이 문제인 거겠냐… 다 내 마음이 결정한 거잖냐. 10월에 또 뭔가 모이를 주려고 하고 있다. 어휴……. 이 자존심도 없는 자본주의의 노예같으니.

근데 내 자신의 입지 문제보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역할에 최선을 다 해야 하는 것들이 몇개 있다. 10월 내 그 일들은 꼭 해결해 보자. 그리고 개인적인 목표 2개가 있는데, 둘 다 생소한 일들이다. 그래도 도전해 보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고 할 수 있는 일이라, 해보면 된다. 주식도 올해 목표였는데 기회가 생겨서 시작은 했네. 다 해보고 나면 올해는 참 기억에 남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시작은 나빴지만 좋게 기억이 되는 한해가 되길.

시작한 공부는 지금은 잘 모르겠다. 이게 정말 현재의 나에게 필요한 공부였던걸까.. 좀더 일찍 해볼걸. 그래도 억지로라도 그렇게 하니, 들으면서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공부 자체보다는 그 “생각”들이 필요한 것이 아니였을까 한다. 그래서 그 생각들이 휘발되지 않게 한 과목씩 끝날 때 마다 기록해 보려고 한다.

가만히 있는 걸 참지 못 하는 건 정말 왜 그러는 걸까? 뭐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걸까? 템플스테이 하면서 한달간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그런 건 참 잘하는데 ㅎ

Study, Greedy Me

언제부턴가 막연하게 ‘한번 해볼까’ 생각해 왔던 것을 올해 도전하게 되었다. 작년에 여러군데 설명회를 들어보았다. 올해 3월에 집에서 가까운 곳이고, 회사까지 그만두고 다녀야 할, 약간 현실적이지 않은 곳에 지원했다가 보기 좋게 떨어지고, 그 이후 그나마 회사일도 병행하면서 직장인 대상으로 하는 과정 중 상대적으로 짧게 끝낼 수 있는 곳을 지원했다. 이제 그 공부를 곧 시작한다. 몇년 전에 자격증 시험 하나 본다고 정말 고생했었다. 나이 들어서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구나 하는 것을 많이 체감했다.

그때는 10개월간 완전히 시험 합격 집중 모드였다.
아래와 같이 했었다. 이걸 정해놓고 한것이 아니라, 하다보니 이렇게 되었었다.

1. 약속을 잡지 않았고 거의 모든 인간 관계가 단절되었었다.
2. 술을 한방울도 마시지 않았다.
3. 강의에서 시킨 그대로 정석대로 다 했다.
4. 어느 순간부터 매일 4~6시간 공부했다.
5. 한방에 붙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막판 스퍼트에 에너지를 쥐어짰다.
6. 일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고 이때 나름 성과도 났었다.
7. 티비/영화/만화/전시회 등 컨텐츠를 하나도 접하지 않았다.

그때는 왠지 모르게 절박하다는 생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해에 공부하랴 일하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써서 그 이후 2년을 살짝 그로기 상태로 보냈다. 그래도 패스하고 나니 왠지 모르게 든든했다. 생각해보면 걍 라이선스일 뿐인데, 그걸로 뭘 대단히 성공을 한것도 아니고. ㅎ

지금은 그때보다 8개월 정도는 더 공부해야 한다. 이번에는 이렇게 해야징.

1. 인간 관계를 끊지는 말자.
2. 술은 지금도 마시지 않으나, 필요할 때는 즐기자 ㅋ
3. 강의에서 시킨 그대로 정석대로 다 하자.
4. 매일 매일 2시간은 공부하자.
5. 비교적 오랜 기간을 지치지 않아야 하니 에너지를 쥐어 짜지 말자.
6. 이제는 일에 너무 욕심 내지 말고, 집착하지 말고,, 일을 소홀히 하자 ㅋ
7. 유투브는 끊자. 구독을 취소해야 겠다.

사실 인적 네트워킹이 큰 목표는 아니다. 회사 일과 인간 관계에 내 자신이 지금까지 많이 소진되어 왔던 것 같다. 이제는 필요하고 흥미로운 지식으로 나를 채워주고 싶다. 그것이 가장 큰 목표이다. 너무 오래 한 업계에 있어서 편협해진 내 관점을 공부를 통해 좀 넓히고 싶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관점들을 접하고 싶다. 기회비용도 많이 들지만 그만큼 의미가 있는 투자라고 생각하고 싶다.

포기만 안 하면 된다. 근데 요즘 하는 생각인데 내가 나도 모르는 욕심이 많은 건가? ㅠㅠ 뭔가 몰입하다 보면 경주마처럼 아무것도 안보이고 그것만 보고 달릴 때가 있다.

엄마가 에피소드 하나를 얘기해줬는데 고딩때 엄니 아부지가 심각하게 부부싸움 하고 있었는데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새벽 2시까지 공부했다고,, 그때 엄니는 내 딸이지만 독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나는 사실 그게 기억이 하나도 안난다. ㅡ.ㅡ

그냥 기본적인 경제적 자유만 얻어 소소하게 살고 싶기도 하고,
세상에 빛이 되는 서비스 제공자가 되어 막 큰 성공을 하고 싶기도 하고~
근데 우리 가족과 우리집 댕댕이들 건강하게 잘 사는 것만 이루면 되지 않나.

어떤 것에도 큰 결핍 없이 안정적인 삶, 욕심이 없어지는 삶이,, 내 꿈이다.

도쿄R부동산 /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중개합니다.

출처: 예스24

헤이조이스 워크샵에서 제이미라는 출판업계에 있던 친구가 내 얘기를 듣고 이 책을 소개해 주었다. ‘하시고 싶은거 그런거 일것 같아요’ 하며 이 책을 알려줬는데 읽어본 결론은 내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게 이건 아니긴 한데, 그래도 흥미로운 책이었다. 고마워요 제이미님!

R부동산의 R은 Renovation 혹은 Renewal 인듯 하다. 아니면 Revolution ? 이런 뜻들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아. 도쿄나 도쿄 주변에서 ‘살짝 고쳐서 쓸 정도의 빈 건물들’을 찾아서 고쳐 쓸 의향이 있는 임대인이나 매매인을 연결해 주는 것이었다. 오래된 건물을 리뉴얼 해서 나오는 희소 가치에 기꺼이 투자할 수 있는 공간의 주인들을 찾아주고 있었다.

이 책을 읽다가 살짝 소름이 돋은 대목이 있었다. 어떤 건물과 이 건물을 필요로 하는 패션 기업을 연결해 주어 그 건물을 정말 드라마틱하게 살려주는 결말의 내용이었다. 양쪽의 니즈를 딱 맞춰 주는 스토리에서 ‘와 정말 이런 일을 성사시켜 주면 정말 보람 있고 좋겠다’ 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또 이 책을 읽으면서 마케팅 문구의 힘도 느꼈다. 천편일률적인 문구보다, ‘나무 사이에 떠 있는 움직이는 별장’, ‘헬맷 랩’, ‘푸르름에 둘러싸여’, ‘프렌즈 시즌2 시작’ 등등 이 공간들에게 유니크한 네이밍을 붙여주어 궁금증을 유발하고 상상하게 해주는 게 너무 좋았다. 요거는 나중에 참고해야 하는 포인트이다 🙂

미니멀 라이프 실천

예전 블로그 포스팅을 보니 내가 미니멀 라이프란 개념을 알게 된 것이 2016년 경이었던 것 같다. 매년 올해의 계획을 세울 때마다 ‘미니멀 라이프 실천’을 적었던 것 같다. 그 동안 읽었던 미니멀 라이프 주제의 책은 아래 네 권이다. 지금은 내용들이 다 기억은 안 나지만 행동 지침과 마음가짐을 알게 해 주었다. 물건 뿐만 아니라 삶에 있어서의 미니멀 라이프 개념도 알게 됐다. 미니멀 라이프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생활 방식이다.

1) 사사키 후미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2) 도미니크 로로: 심플하게 산다.
3) 조슈아 베커: 작은 삶을 권하다.
4) 조슈아 필즈 밀번, 라이언 니커디머스: 작은 생활을 권하다.

유투브 채널 미니멀 노마드를 정기적으로 보고 있다.
미니멀 노마드를 운영하는 유투버의 목소리와 말투, 스토리들이 힐링이 되고 마음을 다잡아 준다. 그 채널을 듣다가 알게 된 여러 미니멀 라이프를 표방하는 개념들도 천천히 알아가고 싶다. 일본의 단샤리, 스웨덴 라곰 라이프, 덴마크의 휘게 라이프.

2020년에 버린 물건 거의 하나도 없이 집을 이사를 했다. 반려견 한 녀석을 데리고.

그냥 그대로 살다가 문득 댕댕이에게 잔디 운동장을 선물해 주고 싶었다. 2021년 여름에 베란다를 모두 비우기 시작했다. 정말 커다란 스마트 랙이 베란다 모든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추억의 물건 박스가 4개나 되었다. 이 박스를 2개로 만들었다. 책과 잡동사니들을 모두 정리를 했다. 필요없는 물건들은 당근마켓을 이용해 나눔을 하거나 팔았고, 더 이상 읽을 것 같지 않은 책들을 모아 알라딘에 내놨다. 부엌에 쓸데없이 많았던 주방 용품들도 정리를 했다. 너무 많았던 화분도 개수를 확 줄였다. 한달을 그 난리를 쳤더니 스마트랙 15칸을 모두 비울 수가 있었다. 지금은 정리된 물건들이 뭔지 기억도 안난다.

그러고 나니 더욱 난이도가 높은 정리가 남아 있었다. 바로 옷, 구두, 가방, 화장품이었다. 이것도 어찌 저찌 정리를 해나갔다. 아직 이 부분은 정리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왜 이리 욕심이 많은지. 나는 여자잖아 ㅠ.ㅠ 그래도 이제 1개를 사면 1개를 버린다. 그래서 옷, 구두, 가방, 화장품 구매 시 더 고민하게 된다. 버릴게 뭔지 찾아봐야 하니깐. 이 부분은 어쨌든 온고잉이다. 부엌처럼 꼭 필요한 것만 남긴 수준은 아니라서.

그리고 이번 휴가 때 최상의 난이도에 도전을 했다. 바로 냉장고이다. @.@ 냉장고 정리는 정말 하기 싫었다. 그래도 언젠가는 해야 했다. 매일 하고 있고, 아직도 많이 남았다. 냉장고 정리를 하면서 나의 식생활에 대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이제 정말 집에서 영양을 고려한 섭생을 해야 겠다.

이번에 냉장고 정리를 마치면 나의 미니멀 라이프 만들기가 1년 꼬박 걸린 것이다. 내가 느끼기에 필요한 물건만 있다. 반려견은 두 마리가 되었고, 댕댕이 잔디 운동장은 관리가 어려워 몇달 만에 없어졌다. 물건들로 가득 채워졌었던 여러 곳들이 비워졌다. 그 빈 공간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가벼워 진다.

정말이지 이제부터는 쓸데없는 물욕을 버리고자 한다. 다이소에서는 화장지, 세제, 수세미 같은 것만 사고, 최소한의 식료품과 댕댕이들의 사료만 사고, 이러면서 소비를 많이 줄여야 겠다. 이제는 물건보다 경험을 더 쌓고 살자.

첼로, 잠시만 안녕

첼로를 다시 시작한 게 7~8년 된것 같다. 10대에 아마 7~8년을 하다 관두었던 것 같고, 20년간 첼로를 잊고 살았다. 왜 다시 해볼 생각을 했을까? 얼마 전 블로그 글들을 정리하다 보니 13년에 유럽 여행에서 작은 성당의 현악기 공연을 보고와서 첼로를 다시 꺼냈던것 같다.

지금 첼로 쌤은 세번째 선생님으로 이 분과 6~7년 정도 한것 같다. 처음 쌤은 너무 괴팍해서 나와 맞지 않다 판단하고 한달만에 패스했고, 두번째 쌤은 좋으셨는데 결혼한다고 학원을 관두셨다. 지금 쌤은 집에 와서 렛슨해 주시고 뭔가 사람을 편하게 해주시는 것 같아서, 순수한 취미로 진도 나가려는 나와 맞는 것 같아서 이 분으로 계속 하다보니 벌써 6년 이상이 되어간다. 18년에도 1년간 자격증 준비한다고 쉬었는데, 이번에 또 시작하려는 것 때문에 1년 반을 쉬려고 한다.

다음주 수요일이 쉬기 전 마지막 렛슨이다. 아쉬운 마음에 선생님께 드릴 선물로 <Classical Themes for Two Cellos> 악보집을 준비했다. 완전히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은, 즉 다음을 기약하는 의미이다. 1년 반 후에 이걸로 다시 렛슨하자고 하려고 한다. Two Cellos 니까 선생님과 같이 연주하는 것으로~

16,17년에 오케스트라도 해보았다. 좋은 경험이었다. 또 하라고 해도 할 수 있을것 같다. 그 때 20년 넘은 내 첼로와 케이스가 너무 초라해서 (미안) 첼로와 하드케이스도 다시 샀다. 독일산 중고 첼로인데 어떤 교수가 사용했던 거라고 했다. 왠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지만 단단한 소리가 마음에 들어서 선택했다. 기존 첼로 색상이 체리색이 많이 들어가서 이번에는 중후한 브라운 색상을 사야지 했는데, 또 체리색이 많이 들어간 첼로가 내게 왔다. 나에게는 첼로 색상이 체리색이어야 하나봐.

집에 <한권으로 끝내는 취미첼로>란 악보집이 있는데 여기 포스트잇이 네군데 붙어있다. 이 악보집을 산 이후로 이 네곡만 열심히 연습해 왔던 것 같다. 다른 곡들은 난이도 면이나 재미 면에서 그닥 끌리지가 않는다. 이 악보집을 펼때면 항상 이 네곡을 연습해 보고 덮는다.

1) 시네마 천국 OST 2) 아리오소 3)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 4) 냉정과 열정사이 OST

아리오소가 제일 연주하는 재미가 있고, 시네마 천국은 왠지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고,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약간 단순한것 같고, 냉정과 열정사이는 곡은 좋은데 좀 느려서 박자 맞추기가 쉽지 않다.

<Classical Themes for Two Cellos> 악보집이 나에게도 하나 있는데 렛슨을 쉬는 동안에 그걸 연습하거나, 저 네곡을 간간히 또 연습하거나 그럴 것 같다. 너무 바쁘게 살아서 쉬어가고 싶을 때, 멍이들 안정시키고 싶을 때(?) 다시 연주해 보아야지. 멍이들에게 첼로 소리 계속 들려주면 조금 있다가 자는 자세를 잡는다. (엄청 귀여움)

나의 첼로, 조금만 기다려줘

헤이조이스 커리어 설계 워크샵

일이 곧 나 자신인 것처럼.. 애를 썼던 사람

12년에 만났던 PM이 열심히 일하는 나를 보고 ‘일이 곧 나 자신인 것처럼 일하면서 그걸 자존심으로 생각한다’ 고 얘기했다. 몇년 후인 18년에 또 만난 그 분은 어떤 일에 매달리는 나를 보고 ‘너무 애쓰지 마’ 라고 얘기를 했다.

12년에는, 투입된지 얼마 안된 프로젝트의 서비스를 고객사 누군가가 ‘이러이러한게 좋지않다’며 혹평을 했는데, 난 그 소리에 발끈해서 밤 늦도록 반박 자료를 찾았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나 싶다. 내가 기획한 서비스도 아니고, 난 투입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이러이러한것’에 대해 책임이 없었다.

18년에는, 어떤 사업을 메이킹하기 위해 엄청 고민하고 애를 썼다. 주말에도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 하루 종일 고민했었던 적이 있다. 어떻게 하면 모두 Win-Win-Win 할 수 있을까 하고, 액셀을 열어 숫자와의 싸움을 지난하게도 했다. 그리고 라이선스 비용 테이블을 완성했다. 솔루션사에서도 이런 모델을 고민해줘서 나에게 고맙게 생각했고, 고객사도 만족했고, 우리 회사도 계약을 따냈던, 모두가 해피한 결말을 맞았다.

엇, 갑자기 이 일들을 떠올리니 울컥해지네.

2018년 회사에서 <커리어 디자인>이라는 3일간의 교육에 나를 보내 주었다. 한 동료가 “아무 생각없이 교육가라고 하니까 가는” 나에게 아무나 받을 수 없는 교육이라고 했다. 그게 정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교육을 보내준 팀장께 고마워 해야 할 일이었네.

거기서 강연하는 이나리 대표를 처음 보았다. 한시간 동안 본인의 커리어에 대한 스토리를 풀었다. 그리고 강연 말미에 자신은 곧 사업을 할거라고, 직장 여성들을 위한 커리어 플랫폼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2020년경 갑자기 이나리 대표가 떠올라서 검색해보니 ‘헤이조이스’란 플랫폼을 런칭해서 운영하고 있었다.

Connector of Service and Contents
Quite Leading Adventurer
Slow Starter but Never Late 1st Mover

이번 7월에 헤이조이스에서 세 차례의 오프라인 강의를 들었다. 이나리 대표가 직접 진행하는 <커리어 설계 워크샵>이었다. 오늘이 그 마지막 시간이었다. 과제를 세번하고 나면 일하는 사람으로써의 나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한줄카피를 만들게 된다. 일단 후보를 적어보라고 해서 나는 저 3개를 적어냈다.

리더십에 대하여 고민이 있었는데 두번째 워크샵에서 내가 쓴 글을 보고, 내 말을 듣고 나리 대표님이 리더로써의 자신감, 마음가짐,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셨다. 내심 안심이 되었다. 내가 그렇게 쭈뼛하게는 보이지 않는구나, 어색함이 많이 없어져서 이제 자연스러워 졌구나 싶었다. 비록 팀장은 아니지만 파트 리더이자 PM으로서, 계속 나 답게 내 스타일대로 하려고 한다.

나리 대표님이 나의 마지막 커리어 목표에 대해서는 쓴소리들을 몇번 하셨는데, 나는 계속 하겠다고 고집스럽게, 의지를 꺾지 않고 매 워크샵마다 그 주제를 얘기했다. 마지막 시간에는 나보고 “네~대단하신것 같아요” 라고 하셨다. 그냥 ‘옛다~’ 하는 소리처럼 느껴져서 문제지만 ㅋㅋ 아마도 무엇이 문제인지 고민은 계속 되어야 할 것 같다. 어떤 Stereotype이 있는지도 관찰해 보아야겠다.

그리고 지금 있는 자리에서 일단 최선을 다하면서 미래를 천천히 준비해야 겠다. 지금 주어진 업무들을, 그리고 계획들을 소홀히 하지 말자. 지금 너무 일을 놓고 놀고 있다. 사실 이렇게 논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놀고 있다. 재충전의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이 시간을 즐기고 있다. 앞으로 뭔가 태풍이 몰려오고 있는 느낌이 있어서.. ㅠ

8월 9일, 어떤 분께 지금까지 준비했던 제안서에 대하여 대면 보고하는 일정이 생겼다. 내가 직접 발표하는 것은 아니고 나는 제안 태스크 멤버로 동행한다. 의사결정의 권한이 높은 레벨의 분을 만나는 것은 C사 이후 두번째다. 기대가 되고 설레는데 성과가 없으면 어쩌나 너무 걱정도 되고, 미리 그분에게 제안 내용을 어필할 대사를 외워가야 하나 싶기도 하고. 그냥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나? 아, 그 얘기는 꼭 하고 싶은데? 여튼 코로나 걸리면 말짱 꽝이니 그동안 코로나 걸리지 않게 조심조심 다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