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필름포럼에서 러브레터를 보았다.
처음 러브레터를 보고, 또 몇번을 더 보았을 때는 그 스토리에 매료가 됬었는데,
오늘 보니까 디테일의 아기자기함이 보였다. 또한 히로코의 마음이 더 느껴졌다.
잊어버리기 전에 다 적어 놓아야겠다.
1. 첫장면의 롱테이크
첫 장면의 롱테이크는 예술이었다.
히로코가 눈밭에 누워있다가 언덕 아래로 내려가는데,
그 뒤로 펼쳐지는 눈속의 마을이 참 예쁘다.
언덕을 내려가는 검정 옷을 입은 히로코의 걸어가는 모습이 그 자체로도 참 예쁘다.
카메라의 시선은 히로코가 다 내려갈때까지 움직이지 않는다.
2. 아날로그 아이템들
현 시점에서 다시보니 이 영화는 정말 아날로그적 시절의 이야기네.
히로코가 팔뚝에 만년필로 주소를 적는 장면에서 난 우습게도 '폰으로 찍으면 될텐데'라고 생각했고,
이츠키가 편지를 타이핑하는 장면에서도 '오, 언제적 타자기냐'란 생각을 했다.
(이츠키는 이 고릿짝적 타자기 보고도 컴퓨터라고 했지만~)
3. 남자 후지이 이츠키는 매우 귀여움!
남자 후지이 이츠키의 성격이,, 참 별나네.
정작 해야할 말을 못하는 이 답답이 청년 ㅎㅎ
반지를 가지고 나와서도 2시간 동안 얘기를 못해 결국 히로코가 얘기하게 만든,
그 프로포즈 이야기가 참 귀여웠다.
그런 친구가 여자 후지이 이츠키에게 종이박스 장난도 치고.. 많이 표현한거거든? 후후 역시 귀엽다.
4. 여자 후지이 이츠키의 캐릭터 ?
나카야마 미호는 히로코보다 이츠키의 모습이 더 이뻐보였다.
감기걸려 콜록거리는 모습이지만 왠지 쾌활하고 생기있는 모습이었다.
계속 청승맞은 히로코보다는 이츠키가 표정도 살아있어서 그런지 더 이뻐보였다.
중학생 이츠키는 참한(오히려 히로코쪽) 학생이었는데, 크면서 많이 성격이 바뀐 듯 ?
5. 애정이 있는 것은 잊어버리지 않는다.
중학교 선생님이 아이들의 번호를 모두 외우는 장면. 역시 애정이 있는 것은 잘 기억한다.
히로코도 이츠키도 둘다 후지이 이츠키의 많은 것을 잘 기억하고 있다.
머릿속에 오래 남아 있어서, 시간이 지나도 오히려 더 지워지지 않고 꺼내볼 수 있는 그런 기억들
# 외사랑 혹은 짝사랑 혹은 제대로 전하지 못한 사랑의 아픔들
유리공방 제자 -> 유리공방 선배 -> 히로코 -> 남자 후지이이츠키 -> 여자 후지이이츠키
6. 지금 보니 마음이 찡한 장면은.. 의외로 이 장면!
오겡끼데스까를 외치는 히로코의 목소리는,
설국에서 '슬프도록 아름다운 목소리'라 했던 요코의 목소리가 생각났다.
하지만 희안하게 이 장면에서는 마음이 찡하거나 하지 않았다.
내가 갑자기 찡해졌던 장면은 의외로 이 장면이었다.
히로코가 '그가 달렸던 운동장을 찍어주세요' 하고 폴라로이드를 보내왔고,
이츠키는 열심히 눈오는 운동장을 찍는 장면에서 갑자기 눈물이 찡..
'중학생이 달렸던 운동장이라도 보고 싶을 정도로 그가 그리운가보다'
하는 히로코의 절절한 마음과 아픈데도 열심히 사진을 찍어 주는 이츠키의 착한 마음 때문에.
'첫눈에 반하는 데도 이유가 있었나봐요'
라는 대사가 그때 마음에 남았었는데, 다시 들어도 참 마음이 아프다..
7. 이와이 슈운지의 세련됨
병원에서 설잠을 자는 이츠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기억이 꿈으로 재현되고,
간호사가 '후지이 이츠키'를 부르는 소리가
두 명의 '후지이 이츠키'를 부르는 중학교 교실로 전환되는 장면을 보고,
이와이 슈운지가 참 세련된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을 했다.
역시 극장에서 보는 러브레터는 참 좋았다.
그 음악과,, 마음 설레는 후지이 이츠키들~ 히로코의 목소리,, 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