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PI (영화/책)

이 영화와 책에 대해서 너무나 할 얘기가 많아, 내 감상을 정리해 보고 싶었다. 
잘 정리가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풀어보기로~

라이프오브 파이 / 이안 감독 (2013년)

영화가 참 좋다고 추천을 받아 보게 되었다. 
다행히 기회가 되어 극장에서 3D로 보았다. 첫 장면의 동물원 3D가 너무 좋았다.
전반적인 영화의 비주얼인 CG와 3D 장면들은 놀라웠다. 
난 영화의 기술적인 측면보다 스토리를 더 얘기하고 싶다.

믿음과 의심에 대한 이야기.
종교에대한 의심을 묻자 대답한 파이의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수많은 의심의 방이 있죠. 그러나 의심은 믿음을 견고하게 해줍니다"
영화를 보고난 후, 그 대사를 나는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의심은 믿음이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알게 해 줍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정확한 대사가 내가 기억하는 대사와 달랐다.
아무래도 내가 영화 전반적인 내용에 자의적으로 이렇게 기억 혹은 해석한 듯 하다.

삶을 지탱하는 힘.
그가 리차드 파커와 살아남게 된 과정을 보고,
삶을, 혹은 생을 지탱하는 힘이 무언지 깊이 생각했다.
이성인지, 믿음인지, 단지 동물적 욕구인지,, 복합적인 것이겠지.

마지막 장면에서 이게 단순한 '노인과바다'의 변주가 아니었네. 이게 뭔가..? 하는 울림이 있었다. 
영화를 본 직후, 스토리에 대해서 내 마음속에 작은 의심이 일었다.
하지만 영화를 같이 본 사람들에게 '혹시 뒷 얘기가 사실이 아닐까?'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고래 뛰노는 멋진 영상을 보고나서 그런 얘기 하는게 좀 분위기 깨는것 같아서..

그러고는 집에 와서 인터넷에서 영화평들을 검색해 보았다.  
그랬더니만 여기 저기 의미를 갖다 붙이며,
'사실은 동물들 얘기는 뒷얘기의 메타포다!' 라는 식의 해석이 넘쳐났다.
그러다 뭐가 사실인지 아닌지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파이의 캐릭터에 대해서도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그는 자기 이름인 피신 (영어 pissing – 오줌싸다 – 발음이 비슷)을 파이(PI)라는 이름으로 바꿔 버린다.
무한대라는 그럴듯한 의미도 붙여서.

추한 현실을 다른 아름다운 의미가 있는 환타지로 바꾸는 그의 능력은 어쩌면 그때부터 있었던건 아닌지.

여기까지가 내가 영화를 보고난 느낌이었다. 
그리고 꼭 책을 읽어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참, 호기심 많은 난 영화보고 며칠 후에 욕조에 바나나를 띄워보았다. ㅡ.ㅡ 
바나나는 물에 뜨더라.

파이이야기 / 얀 마텔 (2001년)

원작을 읽는데 시간이 좀 오래 걸렸다.
바다에서 살아나가는 이야기가 아주 길게 펼쳐졌다. 

기억에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인상적인 이야기들이 있었다.

만새기라는 물고기가 죽을때 무지개 빛을 내는 것이나, 
거북이 사냥을 하는 장면들이 자세하게 나왔다.

중간에 파이가 갑자기 눈이 멀게 되기도 하고, 
바다 한가운데서 프랑스 요리사와 만나는 부분도 있었다.
이 부분은 의미를 잘 알 수 없는 대화, 알지 못하는 음식에 대한 묘사라 좀 어려웠다.

무엇보다도 그 많은 행동들이 리차드 파커를 살리기 위해 애쓰는 모습들이었고,
리차드 파커를 길들이는 과정도 자세하게 나와 있었다.

그리고, 내가 책을 읽으면서 이 이야기의 클라이막스라고 생각한 부분이 있었다.

"사랑한다!" 터져 나온 그 말은 순수하고, 자유롭고, 무한했다. 내 가슴에서 감정이 넘쳐났다.
"정말로 사랑해. 사랑한다, 리처드 파커. 지금 네가 없다면 난 어째야 좋을지 모를거야.
난 버텨내지 못했을 거야. 그래, 못 견뎠을거야. 희망이 없어서 죽을 거야. 
포기하지 마, 리처드 파커. 포기하면 안 돼. 내가 육지에 데려다줄게. 약속할게. 약속한다구!"

왠지 나도 같이 가슴이 막 벅차오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삶에서 리차드 파커의 존재.
그리고 책을 다 읽고선 리차드 파커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다.

어쩌면 리차드 파커는 우리 인생에서 모두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지.

내 삶의 boundary 안에 있어 내가 끊임없이 만족시키고 먹여주어야 하는 것,
나와 밀접하여 버릴 수도 없는 것, 그러면서도 방심하면 내 존재를 위협하는 것, 
불안과 공포를 느끼면 나를 잠식해 버리는 것, 그래도 함께하는 과정이 나를 살리고 성장시키는 것,,

그것은 가족일 수도 있고, 일과 직장 상사일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고, 사랑일 수도 있다.
우리 인생의 리차드 파커..

책을 읽고 영화를 돌이켜 보니,

시나리오로 각색을 하면서,
위에 언급된 책에 나온 몇가지 중요한 부분이 누락된 것도 있지만,
책에 나오지 않았는데 영화에 가미된 부분들이 있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아래는 영화의 전개상 중요하지만 책에 나오지 않았던 부분들이다.

여자의 등장
여자의 등장으로 파이의 인생에서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의미를 더 부각시켰던 듯.

신부님의 등장
성수를 몰래 훔쳐 마시는 파이에게 신부님의 You must be Thirsty 라고 하며 자비를 베푼다.
이 에피소드로 파이는 더 천주교에 호감을 가지게 된다.
인터넷 해석보니 리차드파커 원래 이름이 Thirsty니까, "You must be thirsty"라는 대사로,
호랑이가 파이 자신인 것이 암시가 되었다는 재밌는 해석도 있더라.

프랑스 요리사와 첫 갈등
배의 식당에서 채식 때문에 프랑스 요리사와 갈등이 있었던 부분은 책에 없었다.

하나하나 생각해보면 그렇게 무리있는 각색은 아니다. 적절하게 잘 각색된것 같다.
원작에 누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영화의 Visual을 활용해서 좋은 영화 한편이 나왔던 것 같다.
아카데미도 인정한 이안 감독의 대단한 능력 덕분!

그래도 고르라면 얀 마텔의 원작을 읽고 난 느낌이 좀더 좋다 ^^
리차드 파커에게 사랑한다고 크게 외친 고백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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