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울다 / 화려한 샐러리맨 – 랑예팅, 왕쯔이

작년에 부산영화제에서 ‘화려한 샐러리맨’이라는 홍콩 영화를 보았다.
두기봉 감독에 주윤발, 진혁신, 탕웨이 등 초호화 캐스팅이었는데
눈에 띄는 신선한 얼굴 두명이 있었다.
젊은 남녀 주인공을 연기한 두 배우, 이름은 몰랐지만 그들의 얼굴은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그때 부산영화제 폐막작으로 ‘산이 울다’라는 중국 영화가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이 젊은 남녀가 또 그 영화의 주인공이었다.
폐막작은 원래 인기가 많아서 표를 구하지 못해 이 영화는 못봤었다.

그때는 그 동일한 남녀 배우란걸 분명 인지하고 있었는데 수개월이 지나 잊고 있었다.
‘산이 울다’란 영화가 IPTV 프리미어 영화에 들어와서 예고를 보는데,
분명 어디서 본것 같은 여자 얼굴이 보였다.

일단 부산에서도 보고 싶었던 영화였으니까 토요일 저녁을 이 영화와 함께 하기로.
영화를 시작했는데 주인공들을 보니 그제서야 생각나는거다. 엇 화려한 샐러리맨?
서론이 길었네. 암튼 그러저러하게 ‘산이 울다'(함산)를 우리집 티비로 보았다.

산이 울다 – 래리양 감독

영화는 좋다.

시골 풍경때문에 미학적으로도 좋고, 과거를 오가는 스토리텔링도 좋고,
두 남녀의 감정선을 끌어 올리는 과정도 억지스럽지 않고 좋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영화적 가치가 곡성보다 훨 낫다고 생각함.
영화가 끝났을 때 느낌도 좋다. 약간 열린 결말.

영화 전반에 흐르는 폭력성이 있긴 하지만,,
남녀 주인공의 자연스러운 감정선은 너무 좋았다.

년에 부산에 왔던 젊은 남녀와 젊은 감독, 남자는 왕쯔이 여자는 랑예팅
둘이 같이 영화를 세 편이나 찍었다고 하는데? 좋은 파트너인갑다.

의 감동까지는 아니지만 알싸한 감동과 여운이 있는 영화다.
 너무 멋지다. 곡성보다 쪼매 더 웅장한 중국의 시골 마을 풍경
벙어리 시골 여자로 왠지 고급지게 생긴 그녀가 캐스팅 된 이유는 영화를 보면 안다.
근데 이 여자 연기 잘하는 것 같다.

막판에 이렇게 땟국물과 짠내 좔좔 흘렀던 이들이… (근데 이 장면 찡하다. ㅠㅠ)

화려한 샐러리맨 – 두기봉 감독

한 샐러리맨에서는 이랬단 말이지. 정말 화려하게.
여기서 랑예팅 완전 시크, 도도, 이쁘고~ 그리고 둘은 자꾸 같이 나와서인지 잘 어울림!

화려한 오피스족 내지는 화려한 샐러리맨? 이 영화 참 대단한 영화였다.
그 화려하고 비현실적이고 아트적인 오피스 세트장!!
그 안에서의 배우의 동선들과 뮤지컬 퍼포먼스!!
기대도 안했는데 너무 재밌었어서 완전 득템한 기분이었다. 또 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너무 이쁜 전형적인 중국 미인상(이라고 생각이 드는)배우 랑예팅,
진짜 고전적이고 묘하게 이쁘게 생겼다. 판빙빙, 리빙빙 이런 애들보다 훨씬 이뻐~~

곡성

나홍진 감독
곽도원, 황정민, 천우희

영화 전반적으로 압도되는 느낌이 있다.
곽도원 엄청나게 자연스러운 생활연기 너무 좋고,
천우희와 일본사람, 꼬마 아이의 연기도 대단함.
반면 황정민은 약간.. 좀 그럼. 뭔지 모르게 자연스럽지 않은 이상한 연기?

하지만,, 연기와 파워풀한 연출은 인정하나,,
뭔가 엄청 정신없고 산만하고 빨리 벗어나고 싶고 그렇다.
그게 감독이 주고 싶은 느낌일지 모르지만, 뭐 한마디로 집중력이 좀 떨어진다고나?
엑소시즘 비슷한 게 있어서 검은사제들도 생각나는데
비교하자면 검은사제들은 엄청나게 집중되는 힘이 있는 영화였음.

그닥 기분좋은 그림들도 아니었고,,
피떡칠이 공포스럽고 괴기스럽게 보이기에는 너무 과잉이라 무덤덤해진다는.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한 결말이라는데, 보기 나름, 생각하기 나름인데,
그렇게 반은 열린 결말이라는 점은 좀 재밌다.

영화 보기전에 스포일러 당한 것 때문에 영화에 대한 인상이 더 안좋을 수도.
아무 관련없는 기사 댓글에 누군가가 범인 이름 적어놔서 ㅡ.ㅡ 떽!! 

시간이탈자

곽재용 감독
임수정, 이진욱, 조정석, 정진영

집에서 동시상영 8,000원 결제하고 봄
같이 본 친구가 한 얘기는 “우리가 시그널을 너무 재밌게 봤어” 였다.
스토리는 괜찮긴 했고 지루하지는 않았는데, 새롭지는 않았다.
학교, 경찰, 연쇄살인사건, 시간여행, 등 공간과 소재가 진부했다고나?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분좋은 해피엔딩이 아니였다.

이진욱에 대해서는 할말이 좀 있다.
가끔 잘생겨 보이고 가끔 좀 이상하게 생긴듯한 비쥬얼인뎅 ㅎㅎ
호감이 가는지라 굳이 찾아보는 배우인데 연기가 좀 부족한 듯?
너를 사랑한 시간과 굿바이미스터블랙도 그냥 억지로 끝까지 보긴했는데,, 흠.
나인에서는 정말 좋았는데, 어울리고 잘하는 연기가 있고 안맞는 연기가 있는듯.
그래도 나름의 매력이 있어서 나중에 로맨스가 필요해를 찾아보려고.
뭔가 알을 깰 필요가 있어 보이는..

아참, 몇년 전에 실제로 까페에서 오토바이타고 폼잡는 그를 본적이 있었는데
키크고 잘생겼었음 ㅋ 그때는 별 관심없었음. 

용의자

ㄱㄱ ㅑ~ 공유의 액션 영화닷.
이번 공유 시리즈는 이 영화로 일단 마무리~
근데 공유를 떠나서 그냥 이건 후기를 쓰고 싶은 영화였음

제이슨본 시리즈가 생각나는 강렬한 맨손 액션 씬들, 
그래도 본 시리즈만큼 그 맨손 액션의 느낌이 단단하지는 않다.
그리고 한국영화가 이정도? 하고 놀랜 액션 씬들이 몇개 있다.
자동차 후진 씬, 자동차 사이 가르기 씬, 스카이다이빙 씬 헐 ㅡ.ㅡ

다만 아쉬운 건 액션이 너무 과잉이라 지겹게 느껴질 때도 있다.
관심이 가서 찾아보니 원신연 감독이 무술감독 출신이던데
그래서 그런지 액션에 너무 힘을 주고 스토리텔링에는 좀 신경을 안쓴듯 해.
남자들이 참 좋아할것 같은 영화다.

공유는 처음에 이 영화의 지동철 배역을 거절했다던데,
(멋진남자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나? 아니 배우가 이게 뭔말인지 ㅋ)
그래도 하는거 결정하고 엄청 몸도 열심히 만들고, 
대역없이 씬들을 소화하고 했대서 오~ 역시 배우다잉~ 했네.

사실 내가 보기에 이 영화는 5% 정도는 부족하다.
아까 얘기한 스토리텔링 부분이..
좀만 정교했으면,, 즉, 극적인 장치들을 설명하는 요소가 좀더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액션과 배우들의 연기 합은 정말 대단함. 이걸로 80점은 먹고간다. ㅋ

공유의 연기는 역시 좋다.
한국말과 북한말이 어색하게 섞인 그 느낌의 말투가 진짜 좋다.
완전 북한 말투처럼 하면 좀 웃겼을듯 법도 한데 지동철 말투는 멋지게 들려.
중간에 한번 웃는 연기, 마지막에 우는 연기,
모든 액션 연기, 인상 쓰는 연기, 다부진 연기, 미치게 힘든 훈련 연기,, ㅠㅠ
다시 한번 그의 연기력에 감탄했다 !! 

그래 난 공유가 잘생겨서 귀여워서 키커서 몸짱이어서 좋아하는게 아니야.
다만 연기가 너무 좋아서 팬이 되고 싶은것 뿐이야 ㅋ
그리고 공유가 강아지상인가 해서 찾아보니 사람들은 ‘공룡상’이라고 하던데.
난 공룡상은 별론디,, 공룡상이라고 쳐버리기엔 좀 뭔가 다른데!
뭐 공유is뭔들 ~

사실 난 액션 영화보다는 감정선과 고뇌가 어느 정도 있는 느와르 영화가 좋긴하다.
무간도 (최고!) 범죄의 재구성 이런류.. 무간도 다시 보고 싶네.

사랑에 관한 영화들

사랑은 결코 현실에 대한 도피처가 될수는 없다.

공교롭게도 연달아 본 두 영화가 이 명제를 말해주었다.
영화 “Carole”과 “남과여”

Carole은 동성간의 사랑을 떠나서 사람이 사람에게 끌리게 되는 순간과
그 감정들을 잘 표현해 주었다. 그건 남과여 도 마찬가지 인가?
Carole이 좀더 서사적이라서..

여하튼 나는 두 영화에서 잊을 수 없는 것은 ‘눈빛’이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캐롤이 테레즈를 바라보는 눈빛,
재회했을 때 김기홍이 이상민을 바라보는 눈빛.
좋아 어쩔줄 모르는 눈빛을 너무 잘 표현해 주었다.
그 눈빛만으로도 이 영화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근데 완전 “남과여”의 공유 역할에 반했음. @.@
무지 느끼한데 왠지 모를 모성애를 유발하는 그의 연기 때문인듯 하다.
암튼 공유는 빠져들만한 비주얼을 갖고 있다. 전도연도 매력적이었고.

캐롤의 두 배우도 너무 인상적이었음.
원래 나는 케이트 블랑쉐 좋아했으니깐, 그리고 루니마라도 연기 좋고.

그러나 처음에는 도피처였을지언정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이 인생의 모든 의미를 지니는 때가 온다.
그 의미 그대로 지켜내느냐 포기하냐는 두 사람 모두의 선택에 달려있다.

어떤 이들은 현실에 맞서 그것을 지켜내는 것을 선택할수 있고,
당시에는 모든 것일지언정 현실때문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두 영화를 다 보면 이 말이 이해가 된다.

나는 어떤 쪽일까.
그 상황이 닥쳐봐야 겠지만 나는 지켜내는 것으로 가고 싶을 것 같다.

미스터 노바디 (Mr. Nobody)

미스터 노바디 – 자코 반 도마웰 
(영화를 보신 분들만 읽어보시길 권장함)
 

참 복잡하고 특이한 영화였다. 
평소에 비주얼이 좀 특이하다 생각했던 자레드 레토가 나왔고, 
꽤 괜찮은 영화로 기억되는 제8요일의 감독 자코 반 도마웰의 영화였다. 
마치 초현실주의 그림을 보는 마냥, 의미를 찾고 해석해 보는 것의 재미가 있는 영화? 

이 영화를 한차례 본 상태에서 느낌을 생각나는대로 적어봐야겠다.
한차례라고 얘기한 것은 몇번 더 봐야 좀더 이해하고 재미를 찾을 수 있을것 같아서. 

마치 주말에 즐겨봤던 인생극장과 같았던, 하지만 2개의 인생이 아닌,, 
무려 9개의 인생이 펼쳐졌다. 이것도 영화관련 기사를 서칭해 보고 알았다. 
너무 정신없어 세어볼 세가 없었기 때문에. 

무의식과 의식, 현실과 비현실, 이야기와 실재, 과거와 미래, SF와 멜로 드라마를 오가며 
감독의 무질서한 장난짓거리라고도 치부할수도 있지만, 
영화를 본 후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많았고, 꽤 생각을 많이 하게 됬다. 

선택(혹은 결정) Life is C(Choice) between B(Birth) and D(Death) 

1. 자의적으로 하는 선택 
니모가 마리를 기다리는 선택. 어떤 것을 선택할 때 내 의지가 많이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럼, 이렇게 선택하고 결정되는 것이 가장 좋은 인생일까? 
좋은 인생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후회가 가장 적을 최선의 선택이 아닌가 한다. 

2. 마음이 시키는대로 한 말 한마디로도 결정되는 미래 
니모와 마리의 청소년 시절, 그때의 말 한마디로도 결정이 될 수 있는 미래. 
물론 그 말을 내뱉는 것은 내 마음의 선택. 

3. 일종의 도박처럼 내키는대로 선택 
니모가 진을 선택할때 처럼,, 살면서 그럴 때가 있다. 
그냥 도박처럼 내키는대로 선택해버리거나 결정되어지는. 
'저 축구 경기가 이기면 난 **할것 같다' 이런 경험이 정말 나도 있었다. 
나와 아무 상관없는 축구 경기에 왠지 내 미래가 결정될것 같은 느낌을 가져본 적이 있다. 

4. 오기가 발동해서 하는 선택 
니모와 앨리스의 이야기. 포기하지 않는 '오기', 물론 살면서 '오기'를 가진다면 나쁘지는 않지만, 
순작용은 그것이 서로에게 좋은 방향일 때만이다. 

그럼 이 영화는 인생에서 선택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한 이야기인가? 
사실 그것보다는 더 크고 더 많은 것을 얘기하고 싶어하는것 같다.
또 재미있는 건 인간관계만 다뤄져서 니모의 직업이 뭔지는 크게 중요치 않았다는 거다.

인연과 필연 
영화 초반에는 세 명의 여자를 보면서 선택만 다른거지 그 감정이나 인연은 다 똑같겠지 했다.
하지만 영화를 볼 수록, 그 사람은 한사람이었구나..라고 깨달았다. 
감정의 크기와 깊이 달랐다. 어찌되었건 만날 사람은 만난다. 강한 인연은 있는 법이라고.
둘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니모와 마리가 외적 요인으로 물리적으로 헤어져야 했을 때,
서로 좋아하고 헤어지기 싫으면 만나면 되지? 라고 생각했다.
주소 알아내서 버스타고 만나러 가면 되지않나? 방법이 있잖아.. 라고 생각했다.
아마 그들은 어리기 때문에 무얼 어떻게 해야할지 그 방법을 몰랐을게다.

난 그들보다는 나이가 많은 제 3자니까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그들은 모든것이 어렴풋한 청소년 시절이었기 때문에 어찌할 수 없지 않았나 한다.
살면서 제일 괴로운건 원하는 것은 있지만 그걸 위해 정확히 뭘 해야할지 모를 때인것 같다.
제 3자가 보거나, 시간이 흘러 생각해보면, '왜 단순한걸 몰랐을까' 하게되는.

그래서인지 동그라미 여러번 겹쳐 그려놓은 자리에 마리가 나타나는 장면이
이 영화의 climax 같았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연'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느껴졌다.
모든 것을 잊었을 때도, 죽는 순간에도 되내이는 이름이 되는 인연.
여튼 그 인연과 필연이 딱 한 사람인 인생이 행복한 것이지 않을까.. 한다.

이 영화에서 다루고 싶어하는 것은 매우 많았다.
인생 전반을 아우르는 철학, 실존에 대한 문제, 시간관념에 관한 것,
상상력과 이야기 혹은 꿈에 관한 것,
나 개인적으로도 살면서 문득문득 들었던 경험과 생각들이 영화의 군데군데 녹아 있었다.
유독 보는 사람 나름으로 느낄 수 있는 영화인 듯 하다.

남은 시간을 같이 하는 '시간'에 남는 사람,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게 되는 '마음'에 남는 사람,
죽을 때 되내이게 되는 '무의식'에 남는 사람,

그저 감수성 자극하려고 만든 영화들 처럼 살면서 저 인연들이 제각기 다른 것은 좋지 않은 것 같다. ^^
(몰랐는데 요즘 깨달은건,, 난 참 고지식해버려.. ㅡ.ㅡ)

 

 

 

 


 

그래비티 (Gravity)

그래비티 – 알폰소 쿠아론 감독

주위 평들이 하도 좋아서, 꼭 봐야겠다 마음먹고 보게된 영화.

사실 산드라 블록의 연기를 빼고는 기대만큼 엄청 좋은 영화는 아니었다. 왜?
그냥 단순한 이유다. 현실과 많이 동떨어진 소재여서 크게 공감할 수는 없었고, 
이 영화를 만든 의도가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3D로 봐서, 영화로 재현된 우주공간에서의 체험 자체가 재밌었긴 했다.
여튼 그래도 인상적인 영화였고 느낀 점은 있었기에 평을 써보고자 한다.

인간인지라 인간사의 이야기들은 어디를 가든 거기가 우주공간이든 따라온다는 것.
바람난 부인 이야기, 딸이 죽은 이야기, 고향은 어딘가,, 하는 시시콜콜한 인간사 이야기들.
우주공간에서의 일이 지구로 생중계되는 SF단편 소설도 생각나고, 영화 The Moon도 생각났다. 
기억이 맞다면 The Moon에선 월드 시리즈 우승팀 이런 얘기들을 우주에서 해대고 있었던 장면이 있었네.

곰곰히 곱씹어보니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굳이 붙여보는 철학적인 의미랄까?
그건 인간이 작기 때문에 살아 남을 수도 있고, 인간이 작기 때문에 먼지처럼 사라질수도 있다는 것.

1. 어떻게 살아남을 수가 있지?
엄청난 속도로 몰려오는 위성 파편들, 엄청난 속도로 튕겨나가는 인간의 몸,,
실제로 가능한거야? 라는 의문은 차치하고서라도.
그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가 있지? 라는 생각을 하다가 장면을 보고 갑자기 깨달았다.
인간이 너무 작기 때문에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을.

그런 장면들을 보고 오버스럽지만 이렇게 까지도 생각을 했다. 
불행을 줄 수 있는 큰 일들이 많겠지만 인간의 존재가 작고 생이 짧기 때문에,
우리는 어쩌면 많은 것들을 피해가고 있다는 것을. 또한 나를 지탱해주는 것들을 꼭 붙들어야 한다는 것을.

2 시간과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것들
엉킨 줄 때문에 살아남았지만, 또 그 엉킨 줄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
우주에서는 우주복때문에 살아남았지만 지구의 물 속에서는 우주복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
당신이 나를 살렸는데, 이제는 내가 당신을 살릴 수 있을까..?

역시나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한다. 
지금의 행복이나 불행의 요소가 일관되게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관계 또한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바뀜에 따라 언제든지 뒤바뀔수도 있는 것일게다.

What's the point of living? (조지 클루니의 대사 중 인상 깊었다)

 

블루 재스민

재스민 지켜보기..
좋은 옷에 돈 팍팍 쓰면서 말투도 고상한것 같은 그녀가
그렇게 끔찍한 일을 당했으리라고는 짐작도 못했다.

허영심에 관한 고찰
재스민이든, 자넷이든,, 근데 자넷이란 이름은 특별해 보이지 않다나. 
그렇게 재스민 이라는 허영심과 허세로 포장된 그녀.
차이만 있을뿐이지 누구에게나 있는 허영심.

여자만이 특별히 더 가지고 있는것도 아니며 꼭 좋은 물건을 탐하고 자랑하는 것만이 허영심이 아니다.
남자도 허영심에 관해서는 마찬가지 아닌가 한다. 
드와이트 또한 재스민이 그런일을 당한 무직녀였다는 걸 알았다면, 그녀와 사랑에 빠졌을까?
치과의사는 또 뭐니. 아마 유부남이었을 것 같다는 강한 느낌. ㅡ.ㅡ

그래도 그녀의 신경쇠약을 보고 있자니,, 
'미안하지만 당신의 선택이니 그래도 싸다'라는 생각도 좀 들었지만,
만약 그녀가 내가 알고 있는 한 사람이었다면, 
과거의 자기를 못버리고 그녀를 맞춰줄 또다른 누군가를 만나든
아니면 세상과 가치에 대한 깨달음을 얻어 마음이 안정되든
그녀가 현실로부터 편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 할을 보며, 
세상은 언제나 인과응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새겼다. 부끄럽지 않게 좋게 잘 살아야 함..

 

 

그나저나 이 허영심에 관해서는 나 또한 마찬가지 아닐까 한다. 
속물적인 허영심보다 좀,, 지적 허영심이나 경험(?) 허영심 이런 거 조절해야 할것 같다.
아주 아주 담백하게 기름기 쫙 빼고, 진정으로 내실을 채우며 살고 싶은디~~ 
아직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영화 내용을 하나도 몰라서 보기 전에 포스터만 보고 평범한 사랑얘기인줄 알았었다.
여자애를 업고 바닷가를 거니는 그 장면만 보고 '여자애가 업어달라고 졸랐나 보다' 인줄 알았네.

그냥 여기저기 평이 좋아서 기대했었는데 기대에 좀 못미치긴 했으나, 
여운이 남는 영화였긴 하다.

특히 나에게 가장 강하게 남은 느낌이 '향수'이다. 좀 이상할지도 모르겠지만.
츠마부키 사토시의 사랑에 빠진 얼굴과 미소에서 갑자기 찡하게 느꼈다.
근데 정말 저 멀리에 있는 고향이나 혹은 훨씬 더 멀어진 시간이 그리워지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향수'라는 느낌이 이런건가 보다 하고 순간적으로 스쳐갔다.
그럴만한 사유가 있으려나? 얼굴이 까맣고 눈이 땡그란데.

사실 베이비 페이스에 스윗한 느낌이라 남자 얼굴로 좋아하는 얼굴이 아닌데.
희안하게 이 배우의 영화들이 하나같이 다 참 좋았다. (악인, 마이백페이지, 워터보이스)
정말 연기가 너무 좋은 배우여서 그런것 같다.

원래도 좋아했지만 더 좋아졌다. 일본 배우 중 제일 좋다.
영화 얘기는 안하고 왠 남자애 얼굴 얘기만 하다 끝나네. 그만큼 남는게 그거밖에 없어설…

 

Life of PI (영화/책)

이 영화와 책에 대해서 너무나 할 얘기가 많아, 내 감상을 정리해 보고 싶었다. 
잘 정리가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풀어보기로~

라이프오브 파이 / 이안 감독 (2013년)

영화가 참 좋다고 추천을 받아 보게 되었다. 
다행히 기회가 되어 극장에서 3D로 보았다. 첫 장면의 동물원 3D가 너무 좋았다.
전반적인 영화의 비주얼인 CG와 3D 장면들은 놀라웠다. 
난 영화의 기술적인 측면보다 스토리를 더 얘기하고 싶다.

믿음과 의심에 대한 이야기.
종교에대한 의심을 묻자 대답한 파이의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수많은 의심의 방이 있죠. 그러나 의심은 믿음을 견고하게 해줍니다"
영화를 보고난 후, 그 대사를 나는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의심은 믿음이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알게 해 줍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정확한 대사가 내가 기억하는 대사와 달랐다.
아무래도 내가 영화 전반적인 내용에 자의적으로 이렇게 기억 혹은 해석한 듯 하다.

삶을 지탱하는 힘.
그가 리차드 파커와 살아남게 된 과정을 보고,
삶을, 혹은 생을 지탱하는 힘이 무언지 깊이 생각했다.
이성인지, 믿음인지, 단지 동물적 욕구인지,, 복합적인 것이겠지.

마지막 장면에서 이게 단순한 '노인과바다'의 변주가 아니었네. 이게 뭔가..? 하는 울림이 있었다. 
영화를 본 직후, 스토리에 대해서 내 마음속에 작은 의심이 일었다.
하지만 영화를 같이 본 사람들에게 '혹시 뒷 얘기가 사실이 아닐까?'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고래 뛰노는 멋진 영상을 보고나서 그런 얘기 하는게 좀 분위기 깨는것 같아서..

그러고는 집에 와서 인터넷에서 영화평들을 검색해 보았다.  
그랬더니만 여기 저기 의미를 갖다 붙이며,
'사실은 동물들 얘기는 뒷얘기의 메타포다!' 라는 식의 해석이 넘쳐났다.
그러다 뭐가 사실인지 아닌지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파이의 캐릭터에 대해서도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그는 자기 이름인 피신 (영어 pissing – 오줌싸다 – 발음이 비슷)을 파이(PI)라는 이름으로 바꿔 버린다.
무한대라는 그럴듯한 의미도 붙여서.

추한 현실을 다른 아름다운 의미가 있는 환타지로 바꾸는 그의 능력은 어쩌면 그때부터 있었던건 아닌지.

여기까지가 내가 영화를 보고난 느낌이었다. 
그리고 꼭 책을 읽어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참, 호기심 많은 난 영화보고 며칠 후에 욕조에 바나나를 띄워보았다. ㅡ.ㅡ 
바나나는 물에 뜨더라.

파이이야기 / 얀 마텔 (2001년)

원작을 읽는데 시간이 좀 오래 걸렸다.
바다에서 살아나가는 이야기가 아주 길게 펼쳐졌다. 

기억에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인상적인 이야기들이 있었다.

만새기라는 물고기가 죽을때 무지개 빛을 내는 것이나, 
거북이 사냥을 하는 장면들이 자세하게 나왔다.

중간에 파이가 갑자기 눈이 멀게 되기도 하고, 
바다 한가운데서 프랑스 요리사와 만나는 부분도 있었다.
이 부분은 의미를 잘 알 수 없는 대화, 알지 못하는 음식에 대한 묘사라 좀 어려웠다.

무엇보다도 그 많은 행동들이 리차드 파커를 살리기 위해 애쓰는 모습들이었고,
리차드 파커를 길들이는 과정도 자세하게 나와 있었다.

그리고, 내가 책을 읽으면서 이 이야기의 클라이막스라고 생각한 부분이 있었다.

"사랑한다!" 터져 나온 그 말은 순수하고, 자유롭고, 무한했다. 내 가슴에서 감정이 넘쳐났다.
"정말로 사랑해. 사랑한다, 리처드 파커. 지금 네가 없다면 난 어째야 좋을지 모를거야.
난 버텨내지 못했을 거야. 그래, 못 견뎠을거야. 희망이 없어서 죽을 거야. 
포기하지 마, 리처드 파커. 포기하면 안 돼. 내가 육지에 데려다줄게. 약속할게. 약속한다구!"

왠지 나도 같이 가슴이 막 벅차오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삶에서 리차드 파커의 존재.
그리고 책을 다 읽고선 리차드 파커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다.

어쩌면 리차드 파커는 우리 인생에서 모두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지.

내 삶의 boundary 안에 있어 내가 끊임없이 만족시키고 먹여주어야 하는 것,
나와 밀접하여 버릴 수도 없는 것, 그러면서도 방심하면 내 존재를 위협하는 것, 
불안과 공포를 느끼면 나를 잠식해 버리는 것, 그래도 함께하는 과정이 나를 살리고 성장시키는 것,,

그것은 가족일 수도 있고, 일과 직장 상사일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고, 사랑일 수도 있다.
우리 인생의 리차드 파커..

책을 읽고 영화를 돌이켜 보니,

시나리오로 각색을 하면서,
위에 언급된 책에 나온 몇가지 중요한 부분이 누락된 것도 있지만,
책에 나오지 않았는데 영화에 가미된 부분들이 있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아래는 영화의 전개상 중요하지만 책에 나오지 않았던 부분들이다.

여자의 등장
여자의 등장으로 파이의 인생에서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의미를 더 부각시켰던 듯.

신부님의 등장
성수를 몰래 훔쳐 마시는 파이에게 신부님의 You must be Thirsty 라고 하며 자비를 베푼다.
이 에피소드로 파이는 더 천주교에 호감을 가지게 된다.
인터넷 해석보니 리차드파커 원래 이름이 Thirsty니까, "You must be thirsty"라는 대사로,
호랑이가 파이 자신인 것이 암시가 되었다는 재밌는 해석도 있더라.

프랑스 요리사와 첫 갈등
배의 식당에서 채식 때문에 프랑스 요리사와 갈등이 있었던 부분은 책에 없었다.

하나하나 생각해보면 그렇게 무리있는 각색은 아니다. 적절하게 잘 각색된것 같다.
원작에 누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영화의 Visual을 활용해서 좋은 영화 한편이 나왔던 것 같다.
아카데미도 인정한 이안 감독의 대단한 능력 덕분!

그래도 고르라면 얀 마텔의 원작을 읽고 난 느낌이 좀더 좋다 ^^
리차드 파커에게 사랑한다고 크게 외친 고백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