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저장계 5 – SF단편 [감정저장계]

5. 사랑

사랑 100을 찾기란 불가능이었다.
진과 미쉘은 아무리 헤매어 보아도 사랑 100을 담을 수가 없었다.

놀이터에서 손자, 손녀들이 뛰어노는 것을 보고 있는 할머니,
감정저장계의 사랑은 87.

영화를 보는 연인 사이에 감정저장계를 살짝 집어넣어 보았다.
실망스럽게도 사랑은 60.. 둘은 생각했다. '오래된 커플인가 보군'

어린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있는 젊은 엄마,
사랑은 96..

까페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연인,
탁자에 얼굴을 괴고 더 가까이 앉아 있는 남자 쪽에 감정저장계를 대보았다.
사랑은 89.. 여자 쪽에서는 74가 찍혔다.

그들은 실험실로 돌아왔다. 
"정말 사랑은 100이 될 수 없는 걸까? 아휴, 사랑이 부족한 이 인간들..! 아 피곤하다."
미쉘이 투덜거렸다. 진과 미쉘은 하루종일 돌아다녀 머리가 아팠다.

역시 언제나 유쾌한 진은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미쉘을 보며 이야기를 했다.
"미쉘 날 사랑해? 나를 잠깐 생각하고 있어봐"
진은 눈 깜짝할사이 미쉘의 손에 감정저장계를 댔다.
사랑은 43.. 진은 약간 실망했지만, 또 궁금한 점이 생겼다.

진은 귀여운 눈을 하고 미쉘을 쳐다보았다
감정 저장계를 손에 쥐고서. 사랑으로 찍힌 수치는 57..
"둘이 합쳐 100이네! 하하핫" 진은 무슨 큰 발견이나 한 듯 웃었다.
미쉘은 진을 흘겨 보았다. 그리고는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나는 매일 그 퍼즐가이가 생각나. 아직도 그를 사랑하는 것 같아" 
그들은 그 분노 100의 주인공을 'puzzle guy'라고 불렀다.
"나도 그 소녀를 사랑해. 아직 고백은 못했지만.."
진은 소녀를 가만히 생각하다가, 분노를 담은 튜브와 즐거움을 담은 튜브를 가지고 왔다.

감정 저장계를 분노의 튜브에 연결하고 감정 스위치를 사랑으로 바꾸어 보았다.
사랑은 100이었다. 즐거움을 담은 튜브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쉘과 진은 씁쓸히 웃었다.

그리고 슬픔과 평온의 튜브도 가져와서 감정 스위치를 사랑으로 바꾸니
역시 둘다 100을 가리켰다.

미쉘은 진을 보며 이렇게 얘기했다.

"역시 인간은 한 순간에 하나의 감정만 느낄 수 없는 복잡한 존재야..
게다가 사랑이라는 감정은 정말.. 희안해.
분노, 슬픔, 즐거움, 평온.. 이런 감정들이 사랑을 파생시키는 건지,
아니면 반대로 사랑에서 그런 감정들이 나오는 건지.. 모르겠어.
또,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은 100% 이해 가능한 것인데,,
남녀간의 사랑은 참 알 수가 없네. 사랑이 한창 진행중일 때 보다,
막 시작하기 전 설레임을 느낄 때나,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하는 상황, 
이별의 아픔에 몸부림 칠때야 비로소 사랑이 극대화 되다니.. 참 아이러니 하지.."

"그리고 사실, 감정의 순간만 담는다는 것은 우리가 범하고 있는 큰 오류일 지도 몰라.
감정의 정도를 수치화 한다는 것도 말도 안되는 얘기야.
그래도 우리는 연구에 성공을 했고, 난 그것으로 기뻐.."

진은 말 없이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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