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평온
"평온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감정중 하나라고 생각해,
그 만큼 찾기도 쉬울꺼야, 종교인들에게서나.."
미쉘은 얘기를 꺼냈다.
"그래도 평온 100이란 상태가 되기 쉬울까?"
진은 의문을 가졌다. 진은 미쉘을 쳐다보다 문득 무언가 생각해 냈다.
"미쉘, 너 친구 중에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친구가 있지않아?
아무 감각도 살아있지 않고 단지 들을 수만 있다는 그 친구..
그 친구에게서 평온 100의 상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미쉘은 화를 냈다.
"어떻게 넌 식물인간이 평온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게다가 우리 연구를 위해 친구의 아픈 상황을 이용하라구?
너, 아무리 집요하고 냉정하다고 해도, 그런 생각을 할줄이야.."
진은 미안하다는 듯 미쉘을 보며,
"미안해, 그래도 한번 해 보자. 내가 정말 궁금하기도 해.
감각이 거의 죽어버린 식물인간의 감정 상태가 어떤지..
갑자기 너무 궁금해졌어. 그냥 병문안 가는 셈 치고 가보자.."
미쉘은 친구를 이용한다는게 정말 내키지 않았지만,
그녀도 내심 궁금했다. 정말 친구는 평온할 수 있는지..
그들은 감정저장계를 들고 병실을 찾았다.
그리고 아무 표정없이 누워있는 그녀의 손에 쥐어줘 보았다.
그들은 아무말 없이 감정저장계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평온으로 설정해 놓고 스위치를 켰다.
평온은.. 올라가지 않았다. 수치는 0을 가리키고 있다.
미쉘은 슬퍼졌다. 그들은 한동안 말없이 친구를 바라보았다.
진이 미쉘에게 속삭였다.
"미안, 미쉘 내가 생각이 짧았어.
자신이 식물인간이란걸 인지하고 있다면 평온할 수가 없겠지.."
그때, 병실 문이 열리고 그 친구의 어머니가 들어왔다.
그녀의 어머니도 마침 딸을 방문했던 것이었다.
어머니는 그들을 보고, 살짝 눈 인사를 했다.
미쉘은 어머니에게 반가워 하며 인사했다.
"어머니 오랜만이에요, 친구가 궁금해서 병문안 왔어요"
"그래, 미쉘 여기 앉거라. 나도 좀 앉아야겠다"
그때 친구가 쥐고 있는 감정저장계의 평온의 수치가 35로 올라갔다.
미쉘과 진은 서로 쳐다보았다.
"이렇게 예쁜 내 딸이 누워만 있다니..어서 일어나야 할텐데.."
어머니는 딸을 애처로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평온의 수치는 80이 되었다.
"내 딸아, 넌 반드시 일어날꺼야. 엄마가 매일 기도하고 있어.
빨리 일어나게 해달라고. 엄마만 믿어. 꼭 일어날 수 있을꺼야.."
어머니의 목소리는 낮고 느렸지만 왠지 힘이 있게 들렸다.
미쉘과 진은 평온 100을 저장할 수 있었다.
인생의 가장 절박한 상황에서 들을 수 있는 어머니의 목소리.
누워있는 그 친구의 무표정함이 그 순간 매우 평화로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