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네트워크, 데이빗 핀처 감독 (120분, 2010)
The Social Network, David Fincher
## 스포일러 왕창 있어요. 영화 먼저 보시길 권장! ##
이 영화는 나에게 '인셉션'을 재낀 '올해의 영화' 이다.
페이스북(이하 '페북')에 관한 이야기를 데이빗 핀처가 풀어낸다? 보기 전부터 너무 재미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 이런 스토리를 기대하지 않았었다. 포스터에 쓰여진 글귀만 보고선, 그저 착한 천재 하버드 학생이 열심히 만든 페북이 성공을 해버리니 득달같이 달려드는 나쁜 넘들이 있었나 보구나.. 라고 스토리를 예상했었다. 그러나 나의 예상은 무참히 깨지고.
처음부터 마크 주커버그는 재수없는 아이다. 여자 친구에게 채이는 오프닝 장면. 자기는 SAT(미쿡 수능) 만점이라고 계속 얘기를 해대고, 심지어 공부해야한다는 여친에게 BU(보스턴 대학)가 무슨 공부냐, 내가 클럽에 들어가면 네가 평생 만나보지도 못할 사람들 만나게 해주겠다며.. 마지막 한방을 날린다. '그래 너 잘난 놈이다' 하고 그를 뻥 차버리는 여자 친구..
이 사건이 모티브가 되었다? 영화 상에서는 이 사건이 모티브가 된것 처럼 보인다. 그는 자기가 '잘난 놈'이란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여친을 잊고 집중할 것이 필요하다'며 Facemash라는 여학생들에게는 다소 성희롱적인 사이트를 만들어 하버드 네트워크를 마비시켜 버린다. 그리고, 이어지는 스토리.
그의 재능을 알아본 이들이 그에게 '이런 이런 사이트를 만들어보자' 제안을 했는데, 그는 아이디어만 쏙 빼내서 그만의 사이트 'the facebook'을 만들어 버린다. 게다가 스토리 말미에는 도와준 베프 왈도에게마저 약속한 지분율을 지키지 않는 배신까지! 아, 정말 사회적 통념으로 보자면 마크 주커버그는 나쁜 놈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훌륭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탄생시켰고, 모든 이들 (적어도 많은 이들)이 사용하는 'Facebook'을 세상에 내놓은 장본인이다. 그 스토리야 어찌되었건.
내가 기획자의 입장에서 봐서 그런지, 그는 훌륭한 서비스 기획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결혼/연애 상태' (페북 한글 버전에 이렇게 되어있네..)를 추가하는 장면에서 페북은 '기획의 힘'이 컸다는것을 더욱 느꼈다. 사실, 당시 페북을 만들 때, 혹은 미국에서 서비스를 develop할때, 기획/개발의 역할은 따로 없는 것 같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마크 주커버그의 전공이 의외로 '심리학'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저 어릴 때부터 혼자서도 게임을 만들어 내는 computer geek이었다고 한다. 아마 '심리학'이라는 그의 전공이 페북의 서비스 컨셉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뭐, 술마시고도 해킹하는 천재 개발자란건 말할것도 없고.
잠시, 실제 인물과 그 인물을 연기했던 배우들을 비교해 보자.
마크 주커버그 (1984) | 제시 아이젠버그 (1983)
왈도 세버린 (1982) | 앤드류 가필드 (1983)
숀 파커 (1979) | 저스틴 팀버레이크 (1981)
마크 주커버그, 타임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었다. 타임지속의 그는 웃지 않아서인지 좀 사이보그처럼 보인다. 그리고, 페북이 올해 급 성장한 것은 맞는것 같다. 올해 7월 나도 왠일인지 어떤 경유에서 갑자기 페북에 가입했고, 많은 친구들이 페북에서 '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ㅡ.ㅡ
왈도 세브린, 실제 인물은 사람좋아 보인다. 마크 주커버그가 약간은 재수없는 '사람 긁는' 성격이 좀 있다는 거,, 왈도와의 에피소드에서도 느꼈다. 클럽에 가입해서 좋아라하는 왈도에게 한 소리 하는 장면이 참.. 기억에 남는다. '하버드생들도 열등감은 있다'라는 사실도.
숀 파커, 참 재밌는 사람이다. 숀 파커도 마크 주커버그와 똑같은 나이인 스무살 때 냅스터를 만든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가 그저 숟가락만 얹어놓았다고 비난받을지 모르나, 난 그가 페북에 예능(?)과 후원의 힘을 불어 넣어 아주 큰 시너지를 가져다 주었다고 생각한다. 문법 지키기 급급한 이 딱딱한 하버드생들에게, The를 빼라는 충고, 얼마나 큰것인가! ㅋ
소셜 네트워크,, 마이스페이스, 싸이월드 등, 사실 없었던 개념이 아니었다.
소통 방식의 조그만 변화. 내 친구들하고만 노는 '폐쇄성'을 가지면서도, 나의 personal life를 더 잘 드러내고 관심을 더 잘 받을 수 있게, 친구들에게 관심을 더 잘 줄 수 있게 만든 SNS가 Facebook이 아닌가 한다. 일면, 약간만 틀어서 대박난 서비스인데, 우리나라 기획/개발자들도 조금만 더 생각해 봤었으면,, 하는 억울한 생각도 든다. 미국, 그것도 하버드에서 시작해서 성공하기 쉬웠을수도 있고. 그래도 새로운 것은 또 있을거라는 생각은 버리지 말자구~
이 영화와 스토리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글이 왕 길어졌다.. -_-; 이 영화만큼은 감독이니 배우니, 이런 이야기들은 접어 두고, 스토리와 인물들에 집중하고 싶었다.
기억에 남는 대사와 장면
'페북하지? 친추해줘' 라는 여자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말 쿨한 이야기 두개를 한꺼번에 들었다'며 흥분하는 왈도.
이런 왈도가 single status를 '연애중'으로 바꾸지 않은 것 때문에 여친에게 잔소리 듣는 장면도 참 웃겼다.
'You are not a bad person, you just tried to be' 라고 여자 변호사가 마크 주커버그에게 마지막으로 남기는 대사. 누가 변호사 아니랄까봐, 그를 끝까지 변호해 주는군,, 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후 마지막 장면은 (연출된 씬이라 생각되긴 하나) 마크 주커버그를 미워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냥 참 귀엽다.. 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