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과 자화상,, 그리고 셀카의 오류?

교수대 위의 까치를 읽다가 너무 흥미로운 챕터를 발견했는데 가만히 읽다보니,
최근 스마트폰과 관련된 경험이 갑자기 떠올라서 두 개를 연관시키다보니 너무 재미있었고,
하여 이거.. 책 읽다 말고 포스팅 남긴다.
 
 
교수대 위의 까치 – 7. 사라진 주체
 
책의 일곱번째 챕터에서 화가와 자화상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있는데, 정말 독특한 자화상 하나가 소개되었다.

 
요하네스 굼프 (Johannes Gump, 1626~?) 사망연대는 아래 그림들이 그려진 1846년 이후로만 추정.
즉, 이 화가가 그 때 살아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이 자화상들 밖에 없다는 얘기이다.
오스트리아 화가인데 알려진게 없고, 아래 그림들 이외에 다른 그림은 남겨지지 않았을거라고 한다.
 
 
같은 주제의 그림을 왜 두개나 그렸나.
그리고 이 구도는 정말 새롭다.
 
(2) 거울에 비친 나            (3) 그려지고 있는 나
             (1)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나
 
 
그림A (위)
훨씬 고전적인 분위기이고, 전체적인 그림 형태를 원형으로 취하고 있다.
거울속의 화가와 캔버스속의 화가의 시선이 각기 다른 방향이다.
 
그림B (아래)
색채가 좀더 화려하게 쓰이고 개나 고양이 등 주변 묘사에도 충실했다.
그리고 좀더 가볍고 만화(?)적인 분위기. 거울속의 화가와 캔버스속의 화가의 시선이 같다.
 
두 그림 중 어떤 그림이 먼저 그려졌는지는 책에 나와 있지 않았다.
어떤 그림이 먼저 그려졌으며, 왜 사소하게 다른 비슷한 그림을 두번이나 그렸을까?
무얼 깨닫고? 아, 호기심 무한 자극이다.. 일단 호기심은 뒤로 하고 다음 얘기로.
 
자,, 그러면 저 그림에서 저 등을 돌린 화가가 이 쪽으로 등을 돌렸다고 생각해보자.
그럼 거울&캔버스 속의 사람과 똑같은 모습의 사람이 서 있을까?
 
 
사진이 없었던 시대의 화가는 자화상을 그릴 때 거울을 보고 자신을 그릴 수밖에 없었다.
고흐는 왼쪽 귀를 잘랐다고 한다.
 
즉, 굼프가 저 그림에서 뒤로 돌아 선다면 아마도 그의 앞머리는 얼굴의 왼쪽으로 넘어가 있겠지.
 
요하네스 굼프, 스무살에 저런 그림들을 그린 화가라니? 그의 성격을 이렇게 예상해 보았다.
아주 많이 사색적이고 예민했을것 같고, 고집이나 집요한 면이 있으면서도 위트가 있었을 것 같다.
 
 
 
스마트폰 전면 카메라로 찍는 셀카!
그럼 시대를 훌~쩍 뛰어넘어, 요즘 스마트폰 셀카 얘기를 해보려고.
안드로이드 폰이 진저브레드로 OS가 업그레이드 되면서 발생하는 민원이 있다.
(진저로 업글되면서 변경되고 인지된 feature였는지는 확인이 필요하지만..)
 
'셀카로 찍으면 좌우가 뒤바뀌어 저장이 되요!!'
오류가 아닌데도 상당히 많이 문의되는 사항이다. 실제로 포털에서 '진저 셀카 저장'을 검색해 보라.
 
셀카를 찍을 때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거울을 볼때와 동일한 미러 이미지이다.
사람들은 이 미러 이미지가 실제 이미지와 같다고 헤깔려 하는 것이다.
찍은 후 저장되는 '좌우가 뒤바뀐' 이미지가 실제 이미지와 같은 이미지라구!!
 
사람들은 내가 화면을 통해 본 이미지와 다르게 저장되니 이것을 오류인줄 아는게지.
후면 카메라로 당신을 찍을 때와 동일한 이미지인 것이니 오류가 아니다.
 
거울에 비친 좌우가 바뀐 나의 모습은 '좌우가 완벽하게 대칭인 사람'이 아니고서는
실제로 다른사람들이 나를 보는 모습과 미묘하게 차이가 있는 모습일 것이다.
아,, 살면서 '실시간으로' 실제 나의 앞 모습을 볼 기회는 거의 없는건가?!  
(스마트폰 셀카 화면을 미러 이미지로 만들어주지 마세요.. 라고 하는 수 밖에..)
 
 
마지막으로 책에 나왔던 정말 웃긴 자화상 하나가 있어서. 너무도 진정성을 가진 그림일테지만 그냥 웃겨~
내 '쌩'눈으로 본 나의 모습. 눈을 가운데로 모아가며 얼굴을 움찍움찔 하며 코와 콧수염을 보았겠지? ㅋㅋ
물리학자 에른스트 마흐(Ernst Mach)가 소개한 진정한 의미의 자화상이라고 한다.
 
 
 
 
 
약간은 지루하게 읽고 있던 차에 갑자기 맞딱드린 너무도 재미있는 그림들과 글을 보고선
한참을 이 주제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러다 급기야 진저브레드 민원까지도 생각이 닿게 된. ㅋ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도 가끔 폰으로 찍은 내 사진들을 보다가,
쌍커풀이 생기려고 하는 눈이 왼쪽 눈인지 오른쪽 눈인지 헤깔릴 때가 있다. 바보같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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