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털을 가진 (손질이 잘된 털이 길게 자란) 개가 꿈에 나왔다. 나를 핥더니 계속 나를 따라왔다. 꿈에서 우리 집은 돌계단으로 올라가고 큰 통유리로 된 집이었다.
나를 따라오는 그 개의 이름은 ‘가을이’였다. 나는 ‘가을아 이제 안돼’ 하고 혼자 집으로 들어와서 그 집에서 계속 밖을 지켜보았다. 유리니까 밖이 다 보였다.
가을이가 문 앞에서 잠시 울다가 금방 포기하고 돌계단을 내려갔다. 집쪽인 이쪽을 보면서 뒷걸음질로 내려가다가, 중간쯤에 갑자기 축 늘어지며 죽은 것처럼 보였다.
내가 순간 ‘나가봐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집 아래쪽에 있는 큰 연못에 가을이가 살아있는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연못 물을 찹찹 마셨다. 그 모습을 보고 꿈에서도 스치듯이 뜨리 생각이 났던 것 같다.
그 큰 개는 거기에 좀 머물다가 나에게 뒷모습을 보이며 먼길을 떠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창에 붙어서 ‘가을아~’ 부르고 있었다.
깨고나서 좀 황망하면서 왜 뜨리는 안나오고 크고 흰 개가 나오지.. 생각함. 누군가에게 얘기하니 그건 좋은 꿈이라고 한다. 뜨리가 사람으로 태어날지도 모르는 좋은 꿈, 흰개는 ‘천신’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