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내 영화 노트에 적힌 감상 (10년 전의 내가 적은 글..)
베니스에서 죽다를 보고 있다. 세번째 보는 거다.
정말 대사가 없다. 인물들의 표정연기로 모든 것이 이야기 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아쉔바하가 해변으로 갈 때,
타지오가 앞으로 지나가면서 딱 세번 기둥을 잡고 돌아보는 장면이다.
그리고 또 좋은 장면은 마지막 장면이다.
아쉔바하가 죽기 직전 보는 타지오의 모습과 석양. 정말 예술이다.
내게는 이 두 장면만으로도 이 영화를 좋아하기에 충분하다.
아쉔바하가 짐이 잘못 배달되는 바람에 다시 리도로 가야하는 상황에서,
타지오를 다시 본다는 기쁨에 짓는 미소는
정말 나이든 사람이 저렇게 귀엽게 웃을 수도 있군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나라도 그렇게 웃었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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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금은 2009년 11월
얼마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신나게 하고 나니,
난 감동은 없고 단순한 감상과 분석만으로 차갑게 '영화보기'를
해왔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하지만 다음날 '베니스에서 죽다'가 급 생각이 났다.
왜 이 영화를 잊고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내 영화 노트에 적혀있던 감상을 좀 읽어보고,,
가볍게(?) 불법 다운로드를 받은 후, 맘 잡고 다시 보았다. 네번째 감상..
이틀에 걸쳐 보았다. 방금 끝내고 나니, 참 맘이 먹먹하다.. 눈물이 찡.. ㅠ.ㅠ
생각이 날때마다 또 봐야겠다. 그때그때 다를것 같아..
10년 전의 나는 이 영화에서 '아름다움'만 보았던 것 같다.
세번을 보았는 데도 '추한' 장면은 다 잊어버리고 있었다.
저런 장면이 있었나 싶을 정도의 장면들이었다.
당시에는 타지오를 봤지만, 이번에 보니 아쉔바하가 더 눈에 들어온다.
더불어 그 배우가 연기를 참 잘하는듯 하다.
또 한가지는, 음악이 이 영화의 정말 큰 요소라는 것.
특히,, 난 대사가 없다고 적어 놓았는데,,
'나이듦'에 대한 주옥같은 대사들이 있었다.
모래시계에 대한 대사:
모래 시계의 모래가 움직이고 있지만 그 상태가 항상 똑같아 보이다가,
모래가 다 빠져 나가는 마지막 순간에서야 비로소 그 변화를 보게 된다.
그렇지만 그때는 이미 시간이 얼마 없는 순간이다..
매너리즘에 빠진 아쉔바하에 대한 동료의 추궁:
나이든 것만큼 순결하지 않은 것은 없다. (흑,, 그렇대 ㅠ.ㅠ)
그리고, 아쉔바하의 마지막 흰옷과 하얀 화장.. (white on white)
절대 미를 쫓으면 쫓을수록(탐미) 그 흰 것들이 마구 더럽혀졌다..
그냥 영화상의 타지오가… 절대 미라고 쳐두자.. 사실 예쁘긴 해.
아쉔바하의 과한 리액션으로 인해 타지오가 더 아름다워 보이는 듯 해.
누군가를 과도하게 쫓으면 항상 추해지고, 더 사랑하는 쪽이 항상 약자라고 해..
눈길을 느끼는 상대방은 짖궂은 배려를 해서 괴롭히는 거구.
그래서 약자가 되는 것을 택하는 것은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