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이런 생각이 들 때면 갑자기 두려움이 막 몰려올 때가 있었다.
결혼을 안할 것은 아닌데,, 그럼 현재 시점에서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과 평생을 살아야 하는 건가.. 라는 생각.
이런 이야기를 얼마 전 아이를 낳아 셋이 된 친구에게 했더니,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겠지. 나랑 남편도 모르는 사람이었어' 라고.
아휴, 쫌 간지러운 말이긴 하지만, 위안은 되는 말이다. 난 아직 '사랑따윈 없어!' 쪽은 아니니깐.
얼마 전에 '스님의 주례사'를 읽었는데,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스님 그래서 한낱 중생인 우리더러 수행하듯 다 참고 살으란 말입니까? 우리가 성인 군자도 아니고!!'
라고 법륜스님께 막 따지고 싶은 내용도 많았긴 했지만.
첫 페이지에서부터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었다.
흔히들 배우자보고 '반쪽'이라고 하는데, 반쪽끼리 만나 하나가 되면 그 금은 남아있는거라는 이야기.
결혼은 부족한 두 인간이 살면서 서로의 인격체를 완성해 간다는 것..
특히 읽다가 웃음이 나왔던 부분이 있었는데,,
'낙엽을 보고 쓸쓸함을 느끼는데, 낙엽이 우리 쓸쓸하라고 떨어지는 겁니까? 순리에 따라 잎이 떨어진 것이지.
또, 달을 보고 '내가' 슬픈 마음을 느낀다 해도,, 달은 아무 책임이 없습니다'
대략 이런 문구였는데, 이건 참 세상사 인간관계에 대한 많은 철학을 담고 있는 말인듯.
타인을 보고 느끼는 이미지나 감정에 대해서 그 타인은 아무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내 안에서 다 만들어 낸 것일 뿐이다.
'순간의 이미지나, 좋은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던 상태'를 그 타인에게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것.
결혼을 한 친구들이 이런 말을 했다.
'한 해 지나갈 때마다 내 자신이 장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사람과 또 1년을 버텼구나 하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너무 좋아해서 결혼을 했어도 내가 좋아했던 사람이 맞나 싶을 때가 있다'
그런 얘기 하는 친구들도 결국은 '그래도 내 남편이 최고'라고들 얘기한다. ㅡ.ㅡ
예전에 고딩 때 봤던 드라마 중에 '사랑이 뭐길래'란 드라마가 있었는데,
난 하고 많은 장면과 대사 중에서 이 장면이 유독 기억이 난다.
신애라와 이재룡이었는데, 두 연인이 결혼을 하고 한 집에서 아침을 맞았는데,
둘이 얼굴을 가까이 대고 얘기한다. 여자가, '당신 얼굴 가까이서 보니까 못생겼다~~'
그리고 남자는 그냥 귀엽다는 듯 '허허' 웃는다.
정말 단순하게 풀이하자면, '행복한 결혼'을 유지한다는 것은, 서로 다른 두 인간이 가정을 이루고 살아야 하는데,,
가까이서 보니 당연히 흠은 많이 보이겠지만, 그걸 허심탄회하게 웃으며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것..?
(몰라 몰라.. 내가 머 얼마나 살았다고 이런 말을.. 건방지게..)
난 그래도 아직 '모르는' 사람이 두렵구나.
그냥,, 하나 바라는 것은, 나를 완전 순진한 상태로도, 완전 냉소적인 상태로도 만들지 않는 사람이면 좋겠다.
not too naive, not too cynical. 이게 요즘의 모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