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기 전에 작가의 인삿말 중, 미술사가이며 화가인 작가의 부
인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아마도 작가의 그 부인이 이 책의 내용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떠오르는 생각은 작가가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책의 주제를 말하라고 한다면, 상징과 내포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서양 미술과 문학을 포함한 모든 문화 예술 (그것이 디즈니의 만화일지라도)에 대한 예찬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그렇게 찾아 헤매는 '성배' 혹은 '상그리엘의 문서' 라는 것은 숨겨진 의미나 이야기가 담겨진 서양 미술과 그것을 상징적, 혹은 기호학적으로 전하려고 하는 책들 – 마지막 소니에르의 부인 마리가 잠깐 이야기 했듯, 주인공 랭던이 이 사건후의 삶에서 글로써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는 – 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의 처음과 끝(비록 에필로그 이지만)이 서양 미술의 초 대형 박물관인 루브르 박물관인것을 감안해 보자면 말이다.
나는 대학때 미술사 수업을 정말 재미있게 들었고 무척 관심이 많았으며, 한때는 정말로 이 공부를 깊이 해볼까 생각도 했었던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미술사학적인 관점에서 이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가 있었다. 원래 서양 미술과 성경은 정말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서양 미술의 시초가 성경의 시각화에 있었으니까. 이 책을 읽고 루브르 박물관을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루브르에 있는 미술품들은 원래 한달 이상을 매일 나와야 비로소 다 감상할 수 있다고 하는데, 몇년 전 방문했을 때는 그냥 점만 찍고 다니는 유럽 여행중이었으니. 아마 다시 루브르를 방문할 때는 '아는만큼 보인다'고 미술사, 특히 루브르에 전시된 미술품들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고 가야겠다.
역사 속 종교 이야기들도 다시 한번 되새길 만한 내용이었다. 나는 종교가 천주교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천주교에 대해서 많이 안다고 할 수는 없다. 성경도 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읽어보지 못했고, 성경 공부는 더더욱 게을리 했으며, 외우는 성경 구절하나 없고, 주기도문만 간신히 외울 정도이다. 어쩌면 그래서 책의 내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을지도.
특히 역사와 종교 안에서 여성이 가지는 위치와 의미를 깨닫게 해주었다. 이전에 기독교학 교수였던 정현경('현경'이라고 개명하심) 교수도 생각이 났다. 종교학적인 관점에서는 현경 교수가 반기실 법한 책이다. 내가 기독교학 수업을 들었을 때가 거의 10년 전이었는데, 이때 이미 현경 교수는 예수를 여성화하는 퍼포먼스를 하거나 그런 주장을 해서 논란을 일으켰던 분이셨다.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듯, 가끔 매스컴에 등장하신다. 그 교수에게 수업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도 책을 읽으면서 혹시 천주교의 성모 마리아는 예수의 어머니와 '마리아 막달레나'의 이중적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까, 혹은 단지 '마리아 막달레나'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위험한 상상도 했다.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이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의 스토리는 하룻밤 새에 일어난 일이지만 꽤 속도감 있는 전개였다. 미스테리물이지만 아주 꽁꽁 숨겼다가 보여주지 않고, 범인의 실체나, 인물들의 관계를 조금씩 암시하는 점도 좋았다. (그래서 대박 반전이라고 느끼지는 않았던 듯..) 혹자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스토리 구조라고 했는데 이 말에 동감한다. 초반부에 소피의 암호해석가라는 직업과 경찰들을 따돌리는데 쓰인 '스마트'라는 소형차만으로도 왠지 영화 '이탈리안 잡'이 연상되고, 예수의 문서가 Q라는 대목에서는 Q라는 모호한 신과 같은 인물이 등장하는 '스타 트렉'도 뜬금없이 떠올랐고, 보이지 않는 세력이 세상을 조종하고 지배하고 있다는 에피소드가 있었던 티비 만화 '더 심슨' 도 생각났다. 내용에 등장한 문자중, 자음만이 있으며 모음은 점과 선으로 자음의 아래와 안에 쓰였다는 '네쿠닷'이라는 고대의 문자는 이런 설명만으로는 꼭 '한글'이 연상됬다. (다 나의 억측인지 몰라도)
이 책의 내용이 얼마만큼 '사실'과 현실에 기반을 둔 것인가 하는 진위 여부나, 참고 문헌들, 혹은 이 책의 해석집 같은 것은 아직 찾아보지는 않았다. 아직은 '다빈치 코드'에 대한 순수한 감상을 깨고 싶지 않아서이다. 그래도 정말로 그런것들이 궁금하므로 어떻게든 찾아보아야 겠지? 이야기 속에서 등장했던 그림들도 다시 다 찾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