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있음
우선 블랙 스완 포스터 4종 세트, 좌측 상단의 포스터가 정말 시각적으로 맘에 든다.
블랙, 레드, 화이트와 이미지의 절묘한 조화다.
포스터 중 여기에는 없는데, 블랙 스완 분장 포스터는 보기 싫다. 나탈리 포트만 같지도 않고, 무서움..
http://www.foxsearchlight.com/blackswan/
위 사이트에 가면 포스터나 스틸컷 등 이미지를 보고 영화 분위기를 다시 느낄 수 있다.
Black Swan (2010년, 103분)
대런 아로노프스키 / Darren Aronofsky
나탈리 포트만 83회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 수상함
우연히 생긴 자유 시간에, 블랙 스완을 보려다 시간이 안 맞아 '만추'를 보고서는 차라리 안 볼걸 뼈저리게 후회하고,
'블랙 스완은 꼭 보고 말리라' 하는 심정으로다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 이 영화를 보았다.
The Passion of the Christ 이후, 두 번째로 영화를 보는 경험이 '괴롭다'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이 말하는 '무섭고, 소름끼치고, 아름답고'가 아닌 정말 괴로운 경험이었다.
나탈리 포트만은 정말 연기가 절정에 달했다.
그녀를 최근에 영화에서 본 것이 브이포 밴데타에서 빡빡머리, 그리고 클로저에서 스트립퍼.
딱히 그 두 영화에서도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나탈리 포트만의 표정 연기가 정말 일품이었다.
물론 니나란 캐릭터에 따른 것이겠지만.
기억에 남는 니나의 표정들
# 백조 역할을 따내고는 화장실에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 때 울듯 말듯 표정
# 단장을 찾아 갔을 때 묘한 분위기에 당황스러워 어쩔 줄 모르는 표정
# 마지막 리허설을 마치고 단장의 '눈치'를 살피는 표정
# 표정은 아니지만, 니나 휴대폰에서 울리는 차이코프스키 '백조의 호수' 벨소리
난 이 영화에 대해서는 두 가지가 떠오른다.
1. 완벽주의자의 주눅듬
얼마전, 회사 후배가 '난 김태희가 자존감이 낮은것 같아 보여요. 항상 주눅들어 보여요.' 란 말을 하던데,
난 이 말을 듣고, '재밌는 시각이네' 생각하다, 문득 블랙 스완의 니나가 떠올랐다.
'김태희'는 왠지 완벽주의자 같은데, 그 완벽주의 때문에 '난 완벽하지 않아'라는 생각이
항상 머릿 속에 자리 잡아서 그렇게 주눅들어 있는 듯한 분위기가 있는게 아닐까. (아니라면 미안하고!)
영화에서의 니나도 완벽주의자이다. 그래서 니나도 어딘가 모르게 그런 주눅든 분위기가 느껴진다.
내가 완벽했었나, 눈치를 살피며..
아래 블랙 스완 영화 홍보 사이트의 URL을 보라,, 무려 I just want to be perfect 닷컴이다. ㅡ.ㅡ
http://www.ijustwanttobeperfect.com/
2. 춤추는 죽음
단장의 존재로 '권력과 섹스'에 관한 이야기라는 해석도 있지만, 그건 이 영화의 주된 주제는 아니다.
물론 약간 내 비쳐졌던 것은 있지만, 난 그냥 순수하게 '단장도 예술가였다' 라고 생각하고 싶다.
니나에게서 흑조라는 '예술의 경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 그런 성적인 접근이 필요했던 것이 아닌지.
그러한 성적 접근과 충격적인 결말의 묘한 조합에서는 '춤추는 죽음' 책 에서의 어떤 구절이 떠올랐다.
– 그래, 조금 불경스러운 얘기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라 하고 싶다.
성녀들의 죽음의 순간을 예술로 표현한 것들에서 (그림 or 조각) 그 성녀들의 표정이
마치 성적인 엑스터시를 경험하는 여자의 표정을 연상시킨다는 글.
– 어디까지나 진중권 작가의 이야기. ^^;
니나의 흑조를 준비했던 과정 중의 엑스터시 체험,
그리고 니나에게 황홀경을 선사한, 그렇게 되기(?) 직전의 퍼포먼스가 생각나지 않나.
물론,, 핀트가 쪼금은 어긋나지만 어쨌든 뭔가가 비슷함. '춤추는 죽음' 제목 조차도.
미학 전문가 진중권씨가 영화를 봤다면 너무 좋아하면서 '내가 얘기해 줬잖아!' 할 법한.
예술의 경지, 강박관념과 망상, 심리 스릴러, 또 다른 자아(얼터-이고, 쉽게 말해 다중이 ㅋ), 미학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블랙 스완 영화 자체는 참 좋은 영화였다.
마지막 여담으로, 위노나 라이더. ㅠㅠ
언제까지 그렇게 얘기했는지 모르겠는데,
제일 좋아하는 여배우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위노나 라이더'라고 얘기 했었다. 걍 이뻐서 좋아했다.
– 지금은 여배우 중에 좋아하는 배우가 없음. 멋있게 생겼다고 생각되는 케이트 블랑쉐 정도 쪼금 좋다.
– 요즘 글리 때문에 기네스 팰트로가 쫌 좋아지고 있고.
나이 든 그녀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정말..
영화 보고 와서, 한창 때의 위노나의 사진들 – 순수의 시대나 작은 아씨들 사진들을 찾아 보고,,
'아, 이런 때가 있었다!' 하며 슬펐음.
나탈리 포트만이 영화에서 너무 말라서 안쓰러웠는데,
그래도 아카데미 시상식때는 임신해서 살이 좀 쪄서 나오니 마음이 나아졌음.. (이 무슨 큰 언니 심정? ㅋ)
블랙 스완 관련하여 재밌게 읽었던 글 두개 추천하고 감상문 마친다~
http://news.donga.com/3/all/20110305/35323143/1
실제 발레리나인 '김지영'이 영화를 보고 쓴 '백조의 호수'의 오데뜨/오딜의 연기와 관련된 글
http://blog.naver.com/anarchy_dd/100120103015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해석도 좋고, 얼터 이고에 대한 아티스트들의 실례가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