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테이션 – 더글라스 케네디
빅픽쳐를 재밌게 읽었어서 더글라스 케네디의 템테이션을 중고서적에서 사왔다.
사실 읽기 시작한건 두어달 전쯤 되는데 티비(정확하게는 프듀)보느라 정신이 팔려서
생각날 때마다 한두장씩 읽어서 1/3 정도 읽다가, 남은 부분을 주말에 몰아서 다 읽어버렸다.
정말 남은 부분의 스토리가 너무 휘몰아쳐서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사실 예상할 수 있는 뻔한 스토리이긴 했는데, 약간은 예상을 벗어난 부분도 있긴 했다.
1. 헐리우드, 사회, 현실 그리고 언론
차갑고도 뜨거운 세계 헐리우드를 그리고 있다. 정도만 달랐지, 어쩌면 우리 사회와 현실이 이럴지도 모른다.
사회에서는 나의 이익이 중요하고, 관계를 위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가식을 떤다.
언론이 지배하는 세상, 작은 실수가 엄청난 과오가 될 수도 있다. 한 사람을 매장시킬 수도 다시 부활시킬 수도 있는 것이 매체이다. 그냥 속고 속인다.
2. 살로소돔의 120일
진작에 알고는 있었지만 악명 높은 영화라 보지 않았던 <살로소돔의 120일>이 책 내용에 등장한다.
이 영화의 등장이 의미는 있었다. ‘다른 사람을 철저하게 지배한다’라는 테마로 이 영화와 필립 플렉을 연결시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플롯이 좋았다.
3. 성공, 여자, 로맨스
화만 내는 바보같았던 여자 루시.
남자의 성공에 유혹을 느끼는, 혹은 성공한 남자에게만 끌리는 여자, 샐리.
어쩌면 잠깐의 일탈이었을수도 있지만 로맨스를 꿈꾸었고 그럴 용기도 있지만, 결국에는 어마무시하게 성공한(재력적인 측면) 남편의 여자, 그리고 그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정말 사랑일수도) 여자, 마사.
마사와 주인공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는데 그 와중에 에밀리 디킨스의 시로 서로 소통하는 것이 참 로맨틱했으나, 찐하고 달달하고 용기있게 로맨틱했다고 그 관계가 영원할 수는 없다는 것을 가차없이 보여준다.
둘이 주고 받은 에밀리 디킨스 시 중 기억에 남는 시 한편, 근데 이 시에 나온 워딩 자체는 좋은데 깊은 의미는 잘 모르겠다는 ㅠ.ㅠ
바로 앞에 사랑이 있다면 / 한 시간을 기다리기 / 그것도 길어 / 마지막에 사랑이 온다면 / 영원히 기다리기 / 그것도 짧아
4. 세상의 중심은 나
이야기의 주인공이라면 다 잘나고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야기 중후반쯤에 깨달았다. 어쩌면 주인공은 정말 흠결이 많은 사람인데 그 자신조차 깨닫지 못한 것일수도 있다는 사실을.
루시와 이혼이라는 과정도 주인공의 흠결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주인공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이고 주인공의 잘못은 조금은 있지만 전적인 책임은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그러한 것은 나 자신에게도 대입시켜 볼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완벽하지는 않다고는 인지하지만 내가 많은 ‘흠결’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은 깨닫지 못하고 살 수도 있다는 것.
“어차피 세상의 중심은 나, 가치관의 기준도 나”라며 그냥 그렇게 살아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