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왜 아직도 그의 감성을 못잊고 있는걸까?
긴 세월이 지났기에 잊을 수 있다는건 어패이다.
10년 이상을 마음 속에 담아왔다면 더 더욱 못잊을 만 하지 않아?
그때, 100일 조금 넘게 만났던 그인데,
그 100일동안 나에게 너무 많은걸 쏟아냈고,
난 아직도 그것들을 기억하고 있어.
레이먼드 카버, 안톤 체홉, 아이작 아시모프, 배수아,
에릭 로메르, 할 하틀리, 케빈 스미스,,
클레어 폴라니, 드루 배리모어,,
언니네 이발관, 로린 힐, 사라 맥라클란, 핀리퀘이, seam,,
쿠르베씨 안녕하세요.. 까지도.
너와 봤던 몇 안되는 영화가 생생히 기억나.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 체이싱 아미, 쉬리, 밋조블랙,
웨이킹 네드,, 이때 내 팔을 만졌던 기억까지도.
혼자 보았던 씬 레드라인. 비디오로 건내 주었던 닉오브타임..
기억력이 좋은 건 때로는 너무 좋지 않다.
억울하다. 많이.
너 때문에 난 꽃이 싫어졌어.
100송이 장미는 그냥 그대로 말려서 보관해야 하는건데,
난 조금이라도 오래 꽃을 살려보겠다고 큰 대야에 물 받아놓고
그것들을 담궈 놓는 바보같은 짓을 했다고.
덕분에 예쁘게 말라가는 100송이 장미가 아닌,,
썪어가는 100송이 장미가 얼마나 추한지를 생생히 보았고.
넌 썪기도 전에 떠났지만 말이야..
그래서 난 그 이후,
사랑은 썪어가는 100송이 장미같다는 생각이 내 머리를 지배해 왔어.
이것도 너무 억울해…
-내 블로그 글을 보다 '가을이야기'의 감독 '에릭로메르'의 이름에서 퍼뜩 생각난 너때문에
'왜 아직도 나를 지배하는가'하고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이기지 못해 글을 남긴다-